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4.8원 오른 1425.8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 4월 29일(1437.3원) 이후 최고치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 우려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이날 환율을 끌어올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49% 내린 98.862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1일부터 대중국 추가 관세 100%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평균 55% 수준인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11월부터는 155% 수준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이 지연되는 만큼 연말까지 환율이 크게 내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미 심리적 저지선인 1420원대를 넘어선 만큼 1450원까지는 쉽게 오르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무역전쟁, 위험선호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약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여기에 1420원 2차 저항선 붕괴로 연휴 동안 예열이 완료된 역외 롱플레이까지 가세하면서 장중 상방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고용 보고서와 대미 투자 협상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 1400원대 등락을 예상했다. 문 연구원은 "월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미가 대미 투자 협상을 타결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뜻하지 않은 악재가 생기면서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1420~1430원대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4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예상했다.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잇따라 연기된 점도 시장 심리를 흔들 주요 변수다. 미 정부 셧다운 여파로 당초 15일 발표될 예정이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4일로 연기됐다.
9월 소매판매, 생산자물가지수(PPI),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16일), 9월 수출입물가(17일) 등도 공개되지 않는다. 시장 참가자들은 '깜깜이' 장세 속에 경기 흐름을 가늠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9월 소비자물가에서 물가 압력을 확인한 후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매판매 역시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엔화와 유로화 등이 진정세를 보이면 달러 강세가 일부 약화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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