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증시에서 테마주는 대부분 같은 패턴을 그린다. '근거 없는 소문'에 기대어 단기 유행이 이어지다 실체가 드러나면 급락하는 구조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도,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을 때도 투자자들은 늘 새로운 ‘유행’을 찾아 몰려든다.
국내 첫 테마주라고 볼 수 있는 사례는 1980년대 후반 있었던 ‘만리장성 테마주’다. 1987~1988년 대한알루미늄, 태화, 삼립식품, 한독약품 등이 중국 정부의 만리장성 공사 수혜주로 꼽히며 급등했다. 알루미늄 새시 납품설, 빵 공급설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체는 없었다. 이후 대부분 상장폐지되거나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2000대 초에는 '전쟁 콘돔' 테마주가 등장하기도 했다. 유니더스(현 빌리언스)는 9·11 테러 이후 ‘전쟁 시 콘돔 수요가 늘 것’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급등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에이즈 대책을 언급하자 정치 테마주로까지 엮였다. 빌리언스는 현재 300~400원대에 거래되며 당시 열풍의 흔적만 남아 있다.
2018년에는 ‘보물선 테마주’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신생회사 신일그룹이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자 관련주 제일제강(현 제이스코홀딩스)은 1855원에서 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보물선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주가는 1255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초전도체, NFT(대체불가능토큰)등 첨단 사업이 새로운 테마로 등장했다. 2023년 7월 퀀텀에너지연구소가 LK-99를 발표하면서 서남·덕성 등 초전도체 테마주는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증거가 속속 등장하자 서남은 1만2000원에서 2000원대로, 덕성은 1만3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추락했다.
정치 테마주는 올해 들어 다시 한번 ‘시즌 n회차’를 맞았다. 계엄과 탄핵,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윤석열 관련주가 나란히 급등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급락했다.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테마로 분류된 상지건설은 6개월 새 28배 급등해 5만64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8000원대에서 거래된다.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던 오리엔트정공·오리엔트바이오도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인이 이슈의 중심에 오르면 테마가 생기고 뉴스가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는 구조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마주 유행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드시 꺼진다”며 “정보 비대칭이 큰 개인투자자일수록 주가가 왜 오르는지를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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