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원전 수주전서 또 압박…"韓, 웨스팅하우스와 공동 수주하라"

  • '굴욕 합의' 여진 속 한국형 원전 APR1400 배제 우려

  • 정부 "다양한 협의 진행중...美모델 포함 여러 옵션 검토"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 등 팀코리아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이른바 ‘굴욕 합의’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미국이 한국의 원전 수출 과정에서 다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형 모델(APR1400) 대신 미국식 원전(AP1000)을 채택하고 웨스팅하우스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요구다.

1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 에너지부 차관은 한국 정부와 한전 고위급 인사를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한전은 “비밀유지약정(NDA)에 따라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현재 미국 측과 원전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요구는 올해 초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글로벌 합의문’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당시 합의문에는 △한국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검증을 거칠 것 △북미·유럽·일본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을 것 등 조항이 포함돼 굴욕 합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 원전 사업에까지 자국 모델 채택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한국형 노형을 배제하고 미국 기업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이 자국 모델로 노형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 간섭”이라며 “한국형 원전이 배제되면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사우디 프로젝트와 관련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APR1400을 포함한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APR1400 역시 미국의 기술 허가 없이는 수출이 어려운 구조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향후 한국 원전 수출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의 독자 수출 여지를 좁히고, 자사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고착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식 모델은 설계부터 기자재까지 미국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한국형 원전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그렇다고 미국 측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기도 어려운 만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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