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청년에게 더 가혹한 부동산 대책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집값을 잡는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이제는 진짜 맞벌이를 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들게 됐네요." 오랜만에 만난 대학 후배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2년 전 결혼 준비와 함께 정부의 공급 확대 예고와 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을 사는 대신 상황을 지켜봤지만, 전세 만기와 함께 다시 한번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후배가 처음 눈여겨봤던 서울 성동구의 전용 59㎡ 아파트는 2023년 말 9억원대에서 이달 12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아파트의 전세도 5억원 수준에서 8억원 안팎까지 치솟았다. 2년 전만 해도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계산했지만, 이제는 "접근조차 어렵게 됐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이 사례는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30대에게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중산층의 상징이 아니라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서울에서 청년·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전용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을 돌파했고, 대치·개포 등 강남권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사회초년생이 연봉 1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숨만 쉬고' 10년 이상을 모아야 서울 중소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층에게 부동산 시장은 '불평등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에서도 수요 억제책만 있고 청년을 위한 고민은 없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택 금융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공공·청년 특화 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직접적인 지원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 구입 여력이 축소되고 전세대출 DSR이 도입되면서 20~30대 사이에서는 "마지막 주거 사다리마저 걷어차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이 고가 주택과 갭투자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월세 시장의 안전 장치가 부족하고 발표와 실제 주택 공급 사이의 시간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에 대한 불신만 팽배해진 셈이다. 청약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대출 여건은 나아지지 않아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층의 주거 문제는 단순히 대출 규제와 같은 고강도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차방정식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 노동 이동성, 소비 여력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다. 규제로 투기를 잡으려면 실수요자를 위한 별도의 진입 통로가 있어야 하고, 공급이 늦어진다면 그 사이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정책 간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시장과 정책 사이의 시간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정책 방향이 옳더라도 속도와 실행력, 타이밍이 어긋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이 다시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주려면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속도와 실행력이다. 공급 시기와 함께 무주택자가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 정부 역시 '부동산 실패 정권'의 꼬리표를 피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은 말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신속한 실행력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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