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보] 다카이치, 유리 천장 깨고 日 첫 여성 총리 됐으나 과제 산적

  • 닛케이 "자민·유신 국가관 비슷"...아사히 "다카이치 내각 보수색 한층 짙어져"

  • 자민·유신, 각외 협력만 하기로...유신회 요구에 자민당 내부 반발도

  • 다음주 트럼프 방일, APEC 참석 등 중요 외교 무대 줄줄이

  • 외신, 유리 천장 깼으나 과제 산전 진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로 선출되면서 일본 사상 첫 여성 총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결별을 선언한 공명당 대신 강경 보수 성향의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연립을 구축하면서 총리직에는 무사히 안착했지만 향후 국정 운영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강경한 정치 성향으로 인해 '여자 아베' '일본의 대처'라고도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국방력 강화, 경기 부양책 및 친미반중 등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대부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자민당이 20일 일본유신회와 체결한 연정 합의서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그간 내세운 강경 노선이 부각됐다. 합의서 서두에는 '국가관 공유'를 언급하며 '자립하는 국가’ 추진을 강조했다. 반면 인권이나 법치 같은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자민당과 공명당이 체결한 합의문의 외교 항목에서 인권, 법치 등의 가치관이 언급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명당과의 연립 정권에서는 추진이 어려웠던 '스파이 방지 관련 법제' 법안 및 국가의 인텔리전스(정보 수집·분석) 기능 강화를 위해 2027년 말까지 대외정보청(가칭)을 설립하는 방안 등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자민당 내에서 찬반이 갈리는 정책에 대해서도 '다카이치 색깔'이 전면에 부각됐다.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외국인 유입 총량제'와 같은 반(反)외국인 정책 관련 내용도 합의서에 언급됐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한층 선명해졌다고 전했다. 공명당은 지난 26년간 자민당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를 요구하는 등 자민당의 우경화에 브레이크를 걸어왔지만 연립 상대가 강경 보수 성향이 강한 일본유신회로 바뀌면서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저소득층 세금 감면, 민관 합작 투자 확대 및 통화 완화 정책 등 부양책 중심의 정책 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책 기대감에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0.27% 오른 4만9316.06포인트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며 1달러 당 151.6엔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의석수를 합쳐도 절반을 밑도는 만큼 법안과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다른 정당과 협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립을 구성하는 일본유신회는 자당 의원의 각료(장관) 기용은 보류하기로 했다. 이른바 '각외(閣外) 협력' 형태로만 자민당과 손을 잡기로 하면서 이전의 자민·공명당 연립보다는 연결 고리가 약해질 전망이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유신회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 등 유신회의 요구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는데, 이를 두고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닛케이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사이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선거 출마자 조율, 약한 연결고리 등 4가지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시험대가 기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나루히토 일왕과의 회견을 조율 중이며, 28일에는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와 회담을 갖고 오찬을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일정은 일본 신내각 출범 이후 확정될 전망이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 역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대통령실은 이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외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유리 천장을 깼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도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CNN은 강경 보수파 다카이치 총재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됐다며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일본 정치사에서 상징적인 순간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재가 평화헌법 개정 지지,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으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배경이 향후 외교·안보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카이치 총재를 일본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여성으로서 총리직에 오른 인물로, 일본 정치가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에 '민족주의자이자 안보 강경파'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엠마 챈렛 에이브리 아시아이소사이어티 정치·안보 담당 국장 WP에 “트럼프와의 관계는 어떤 지도자에게도 어려운 과제”라며 “그녀는 취임 일주일 만에 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의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동맹을 최소한 ‘유지’시키느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지는 "다카이치 총리가 시작부터 트럼프 방문, 삐걱대는 연정, 민생 위기를 처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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