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정권 순항할까?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달 일본에서 타카이치 정권이 새롭게 출범하였다. 타카이치 정권이 출범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일본의 정치 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는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정권 해소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오랜 기간 연립정권을 구성하여 일본 사회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타카이치 사나에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면서 공명당은 돌연 연립정권에서 탈퇴하고 말았다. 공명당은 왜 연립정권에서 탈퇴하였을까? 공명당은 자민당의 미온적인 정치자금 개혁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연립정권에서 누적된 피로감, 공명당의 정치노선과 타카이치 총재의 노선과의 괴리, 연립정권 내 공명당의 위상 약화와 공명당의 독자성 훼손, 차기 선거를 위한 포석 등 다층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공명당은 평화헌법을 유지하고 복지를 우선하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주장해 왔는데 이는 타카이치 정권의 정책 노선과는 배치된다. 공명당의 지지기반인 창가학회 내부에서도 자민당의 부패 이미지가 자신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공명당과의 연립이 해소되면서 자민당은 고민에 빠졌다. 자민당이 가진 의석만으로는 타카이치 총재가 총리지명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자민당의 눈에 띈 것이 일본유신회이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2012년에 창당된 지역정당으로 아직 전국적인 조직 기반을 갖추지 못했으나 자민당과 여러 분야에서 정책 방향이 유사한 중도우파의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정수를 감축하고 세비를 인하하여 정치 비용을 절감할 것을 주장한다. 중앙집권적인 정치에서 지방분권적인 정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그 상징적 조치로서 수도 기능의 백업을 위해 오사카를 副수도로 육성하자고 주장한다. 소비세 감면과 사회보장지출의 감축 등 경제개혁을 주장하며, 외국인 노동자나 이민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한 규제를 원하고 있다. 현실주의적인 외교안보노선을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개정과 군사력 강화, 미일동맹 강화, 국방비 증액 등을 지지한다. 자민당은 이러한 정책 노선을 가진 일본유신회에 손을 내밀었고 일본유신회는 자민당과의 연립정권 구성에 합의하면서 자신들의 정책 노선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일본유신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타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는 2025년 10월 21일 제104대 일본 총리로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연립정권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우리는 이 합의서를 통해 향후 일본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연립정권이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이 합의서는 총 12개 분야에 대한 합의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가장 마지막에 제시된 것이 정치개혁에 대한 합의이다. 정치개혁은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이다. 자민당은 정치자금 규제를 원하지 않으며 개혁하더라도 최소한의 개혁만을 원한다. 그러나 일본유신회는 기업단체 헌금의 완전한 폐지를 원한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자민당의 파벌을 중심으로 한 정치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 일본유신회가 원하는 정치자금 개혁과 자민당의 정치 운영 원리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타카이치 총재를 총리로 만들기 위해 자민당은 임시 봉합하는 수준에서 일본유신회와 합의를 이루었다. 그 내용을 보면 정치자금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없고 2025년 임시국회 중에 정치자금 개혁에 관한 양당 협의체를 설치하고 타카이치 총재의 임기 중에 결론을 낸다고 되어 있다. 양당 협의체에서 어떠한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필자는 자민당이 현재의 정치자금 조달 방식을 계속 유지하고자 할 것이므로 근본적인 정치개혁은 매우 어려울 것이며 이것이 양당 연립정권 유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양당의 궁합이 비교적 잘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제시되어 있다. 먼저 헌법개정에 적극적이다. 헌법 제9조(전쟁포기 조항) 개정을 위해 양당의 조문 기초협의회를 2025년 임시국회 중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나아가 현재 일본 헌법에는 없는 긴급사태조항을 신설하여 대규모 재난이나 국가안보 위협 시 정부가 법률과 유사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6년도 중에 조문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시한을 명기하였다. 2026년 통상국회에서 「일본국 국장훼손죄」, 즉 일장기를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죄를 묻는 법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 국장훼손죄」와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명분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반격 능력을 가지는 장거리 미사일의 육상 발사 능력 강화,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탑재 차세대 동력 활용 VSL탑재 잠수함 보유 등 군비능력 강화를 제시하였다. 첩보능력 강화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2026년에 「국가정보국」 및 「국가정보국장」을 창설한다. 이는 국가안보의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장국」 및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동격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2027년도까지 「대외정보청」(가칭)을 설치한다. 그리고 정보요원을 조직적으로 양성해 나간다는데 합의하였다. 에너지 정책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차세대 혁신로와 핵융합로 개발을 가속화하는데 합의하였다. 그 대신 국토보전을 위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법적으로 규제하기로 하였다.

외국인 정책에서는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먼저 내각에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담당 장관을 두기로 하였고 2026년도 중에 외국인 정책을 포함하는 「인구전략」을 책정하기로 하였다. 이 전략에는 재류 외국인의 양적 관리, 외국인 수용의 수치 목표 설정, 외국인 정책의 기본 방침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2026년 통상국회에서 외국인의 대일투자를 감시 감독하는 대일외국투자위원회(일본판 CFIUS)를 창설하며 외국인과 외국자본에 의한 토지취득을 규제하는 법안을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마찰이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일본사회 통합을 강화하기보다 규제와 양적 제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경제정책은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책임지는 적극적 재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민관의 투자 확대를 도모하며, 비대해진 정부지출을 효율화하는 세출 개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휘발유세의 잠정세율을 폐지하여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고 전기·가스 요금 보조금 지급을 위해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소득세 기초공제 개선, 환급형 세액공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도 하였다. 음식료품에 대해서는 2년간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세특별조치 및 고액 보조금에 대해서도 지출의 적절성에 대한 총점검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효율화국」을 설치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일본유신회의 정책이 대부분 수용된 것들이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유사하다. 일본유신회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사회보장지출의 개혁과 현역 세대의 부담 완화를 실현하는 개혁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물론 합의문에 있는 모든 정책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 합의는 총리지명선거에서 일본유신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민당이 급하게 서둘러 만든 것일 수 있다. 총리로 선출되고 난 지금, 자민당이 이러한 합의를 얼마나 성실하게 지켜 나갈지는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의 합의가 아니라 논의하는 협의체의 설치 등 연립정권 운영을 위한 뼈대를 만드는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진 분야도 많다. 그렇지만 이 합의문은 타카이치 정권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문서이다. 그리고 두 정당의 연립정권이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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