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경제 뿌리' K중기 지키려면

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9988. K-중소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뜻이다. 근로자 고용률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소기업이 한국 경제의 풀뿌리이자 고용과 성장의 핵심 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끄는 수출도 마찬가지다. K-뷰티와 중고차 등 유망 소비재 품목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 규모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누계 기준 화장품 수출 중소기업 수는 8922개사로, 전체 화장품 수출기업의 73.3%를 차지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숨은 주역으로도 활약했다. 세라젬은 정상회의 오찬장과 관계자 대기실 등에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코아스는 정상회의 회의장을 비롯해 정상 집무실과 귀빈 대기실 등에 가구를 제공했다. 에이피알은 인기 미용기기인 '메디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를 각국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며 시선을 모았다.

APEC 기간 큰 화제를 모았던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기업인 회동 장소도 중소업체였다. 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2010년 이후 1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황 CEO는 지난달 30일 중소 프랜차이즈업체인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소맥' 러브샷을 하며 단번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11월 제조 중소기업의 경기 전망은 83으로 지난달(76.7)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100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3년간 같은 달 평균(83.4)도 밑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중소기업이,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이달 생산·내수판매·영업이익 전망 역시 최근 3년간 11월 평균에 못 미쳤다.

수출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자국보호주의 심화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율이 15%로 내려가고 상호관세율은 15%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철강·알루미늄 등은 고율 관세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3월 12일 전 세계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6월 4일엔 50%로 끌어올렸다. 적용 제품엔 부엌칼 등 주방기구와 화장품 용기와 같은 가정·생활용품 일부도 포함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철강·알루미늄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3.4% 감소했다.

민간의 노력만으론 이런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실질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산업 생태계 불균형을 완화하고, 금융·세제·규제 측면에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해외 판로 개척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이 절실하다.

K-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미래다. 중소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때 한국 경제의 저변은 한층 더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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