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내외 악재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 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글로벌 공급과잉 제품에 대한 감축과 고부가가치·저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업계에서 요구해온 전기요금 인하가 제외됐고 관련 특별법 제정도 국회에서 멈춰 있는 만큼 ‘급한 불 끄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범용재 경쟁력 약화…공급과잉 속 ‘K-스틸’ 위기
4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철강 수출액은 332억9400만 달러로 국내 주요 수출 품목 중 6위 규모다. 철강은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의 핵심 소재이자 건설에서도 폭넓게 사용돼 ‘산업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강판·강관 등 범용 철강재는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억7000만t 수준이던 글로벌 공급과잉 물량은 지난해 5억9000만t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무역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철강 제품에 최대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무관세로 수입하던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에는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철강 산업의 구조적 위기 초입으로 판단하고 고부가가치·저탄소 중심으로 체질 전환에 나섰다. 경쟁력이 낮은 범용 제품 생산을 조정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강종을 재편하는 한편 저탄소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요금 인하 빠지고, K-스틸법도 ‘표류’
철강업계는 이번 대책에 대해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기요금 인하와 ‘K-스틸법’ 제정이 빠지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철강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이다. 2021년 ㎾h당 105.5원이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181.8원으로 3년 새 70% 넘게 급등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 매출 대비 전기요금 비중도 15%에서 25%로 상승했다.
포항·당진 등 주요 철강 산업 지역 상공회의소와 경제계는 지난 9월 한시적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이번 대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는 “정부 대책이 구조 전환을 강조하지만 즉각적인 비용 부담 완화책이 빠져 체감 효과가 작다”고 토로한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전환 특별법(K-스틸법)’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석 달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 8월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5년 단위 기본·실행계획 수립, 인프라 확충 및 세제 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그룹사노동조합연대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철강산업 전환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구조 전환 과제”라며 “노사정 협의체를 통해 현장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철강 관세 장벽 여전…“현실적 ‘당근책’ 병행돼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도 철강 분야 무역 장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반도체·자동차 관세는 완화됐지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한국 철강 수입 쿼터(연 263만t)를 폐지하고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한국산 철강 수출은 급감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33%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이 보다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과잉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전환은 필요하지만 관세 문제 해결 없이 기업 자율에만 맡기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전기요금 인하나 금융 지원 같은 현실적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R&D·세제 지원이 대기업에 쏠리지 않도록 중견·중소 철강사에 대한 별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단기 대책과 중장기 기술 전환 로드맵을 병행해 현장의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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