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고, 이제는 초기의 기대와 우려가 점차 분야에 따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관세 협상 등에서 나타나는 외교 분야의 성과 및 한계와 더불어 경제 분야의 우려도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 분야의 성과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은 예전부터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최근 10⋅15 대책 등에서 보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동산정책이 다른 경제정책과도 궤를 같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고 있음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논리에 충실하게 수급을 조절하는 것보다는 부동산 거래 자체를 억제하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며, 이를 일컬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문재인 정부를 거쳐서 이재명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노무현 정부의 시즌 3 혹은 문재인 정부의 시즌 2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실패한 경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정책 자체가 근본적인 오류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고, 원론적으로 맞는 정책이지만 현실적 여건과 맞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공감이 없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한 민주당의 부동산정책은 이러한 실패 요인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부동산의 문제를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한 규제 강화로 해결하려 했던 점도 그렇고, 시장의 현실에서 왜 부동산 규제가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지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점도 그렇고,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그렇다.
어떤 정책이 실패한 경우, 그 원인분석 없이 같은 정책을 재추진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이재명 정부도 나름의 원인분석이 있었을 것이지만 실패한 정책을 재추진하는 근거 및 방식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실패한 정책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실패 원인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재추진하는 정책의 성공을 위해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 어느 쪽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단지, 진영 대립을 전제로 전쟁이라도 치르듯이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해서 이번에는 승리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정책은, 더욱이 경제정책은 이념 대립의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동서 냉전에서 서구의 자본주의가 승리하고 동구권의 공산주의가 몰락하게 된 것도 공산주의가 이념의 문제를 앞세워 경제 논리를 무시했던 탓이 컸다. 그런데 그 오류를 되풀이할 이유가 있는가?
이재명 정부의 출범 당시에 실용주의 외교를 앞세우면서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친중 반미 외교를 우려하던 국민들이 실용주의 외교를 적극 지지했던 것이다. 그러면 경제 문제에서도 실용주의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념이 현실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현실에 맞지 않는 이념은 그 힘을 잃게 된다. 정책에 오류가 있음에도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고, 현실적 여건과 맞지 않는 정책을 이념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것도 옳지 않다. 더욱이 국민의 지지와 공감은 정책의 합리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실패한 정책을 재추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정책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정책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굳이 실패한 정책을 재추진하면서 그 성공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과거에는 현실적 여건이 맞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점이 분명해야 하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인식 및 공감대의 변화가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이래로 계속되는 민주당의 부동산정책은 그러한 현실적 고려보다는 이런 부동산정책이 옳다는 이념 투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가 실패한 정책을 계속 되풀이하고, 또 다른 실패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실패의 원인에 대한 반성적 숙고 없이는 새로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왜 민주당의 부동산정책은 계속 실패했는가?
먼저 부동산 문제를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또는 부자와 빈자의 대립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러한 계급적 구분이 뚜렷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부자가 될 수 있고, 가난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남에 비싼 집을 갖고 싶은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가능성을 막는 정책이 호응을 받을 수 있겠는가?
부동산시장을 수요와 공급을 떠나서 생각하는 것도 기본적인 문제점이다. 적절한 공급 없이는 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택 공급은 이미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가구 수에 비해 주택 수가 많다고 해도 주택의 질을 고려하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한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쪽방촌 주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주거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며, 이는 주택 자체만이 아니라 교통과 교육, 쇼핑 등 생활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양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부동산 투기 문제가 대한민국의 중대한 문제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투기 근절을 위해 의(衣), 식(食)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주거의 만족도를 억제하려는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 아니다. 이는 억제할 문제가 아니라 최대한 실현하되, 다른 중요한 개인적 필요 및 공익적 요청과 조화를 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정책의 실패를 이념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인류 역사의 경험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험이기도 하다. 경제정책은 더욱 그렇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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