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미국산 옥수수 수입 18배 확대…관세도 전면 철폐

수입량 100만t으로…자국농가 보호 위해 수입기간은 제한

옥수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산 옥수수 수입 관세를 철폐하고 수입량을 기존의 18배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내년부터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의 연간 수입 할당량을 현행 5만4600톤(t)에서 100만t으로 늘리고, 할당량에 적용되는 20% 관세를 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100만t은 태국의 기존 미국산 옥수수 연간 수입 할당량(5만4600t)에 비해 약 18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번 조치는 태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무관세 공약'을 이행하는 일환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대신 자국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는 구조다.

시리퐁 앙카사꾼끼앗 태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태국이 국내 축산용 사료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무역팀의 제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당국은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미국산 옥수수의 수입 기간을 매년 2월부터 6월까지 다섯 달로 제한하기로 했다. 주요 수확기인 4분기(10~12월)와 겹치지 않도록 해 국내 재배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미국산 옥수수를 수입하는 사료업체는 수입량의 3배에 해당하는 태국산 옥수수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태국은 매년 약 900만t의 옥수수를 소비하며, 이 중 400만~500만t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태국 내 사료용 옥수수 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태국 정부는 내년부터 화전 농업을 통해 재배된 옥수수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화전식 농업으로 인한 국경 간 대기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 태국은 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 등 화전 농법이 여전히 성행하는 인접국들로부터 대부분의 옥수수를 수입하고 있어, 이번 정책 변화로 미국산 옥수수가 이들 국가산 옥수수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무역협상에서 태국은 대부분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은 태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36%에서 19%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비관세 장벽 완화 등 세부 내용을 담은 '상호무역협정 프레임워크 합의'를 타결했다.

이 합의에 따라 태국은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박(콩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 등 미국산 농산물을 연간 약 26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