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체육계 '독재', 이제 뿌리 뽑을 때

사진강상헌 기자
[사진=강상헌 기자]
체육계 '독재' 논란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지난 1월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은 당시 이기흥 회장을 두고 서슴없이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한 후보는 "이 회장의 지난 8년간의 독재 때문에 체육계는 부정과 비리의 온상지가 됐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체육계 구조가 얼마나 오랜 기간 왜곡돼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체육계는 변화를 택했다. 1월 14일 치러진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3선을 노리던 이기흥 후보가 아닌,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 유승민 후보를 선택했다. 취임 직후부터 '체육계 개혁'을 강조한 유 회장은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며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부까지 체육계 독재 뿌리 뽑기에 합세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대한체육회장 임기를 2회 이상 연임 불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체육계 권력 구조를 고착시켰던 연임 관행을 끊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엄청나게 혁신적"이라고 평가했고, 나아가 "중임까지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체부는 그동안 이 회장 체제하에서 불공정의 상징처럼 돼버린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도 손본다. '셀프 연임 심사'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스포츠공정위원 구성을 외부 여섯 개 기관에서 추천받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단순한 미세 조정이 아니라 문체부가 앞장서 체육계 대수술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번 제도 변화가 적용될 경우,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독재 구조'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회장 한 사람이 장기 집권하며 인사, 예산, 종목단체를 쥐락펴락하던 구조가 더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스포츠공정위 역시 외부 추천이 의무화되면 체육회장에서 비롯된 내부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어려워진다.

체육계는 오랫동안 '누가 회장이냐'보다 '얼마나 오래 회장직을 유지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비정상적 문화가 이어졌다. 단단히 굳어 있던 벽이 이제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유 회장의 개혁 의지, 정부의 제도 정비, 대통령의 추가 주문까지 더해진 지금이야말로 체육계 독재를 뿌리째 뽑을 기회다.

개혁은 계획과 선언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실행으로 옮길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체육계는 비로소 공정과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 체육계 선수와 지도자, 종목단체, 팬 모두가 바라는 '정상화'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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