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0년 전 나는 왜 라면 사진을 찍었을까

해외에서 한국 식품을 우연히 발견하면 묘하게 반가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2015년 미국 중부 미주리주의 한 마트에서 그랬다. 관광지도 아닌 평범한 동네 마트 매대에 한국 라면이 놓여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봉지라면 몇 개였지만, 낯선 도시에서 마주한 '한국의 맛'은 카메라를 꺼내 들게 했다. 왜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을까 돌이켜보면 한국 라면을 해외 소도시에서 접하는 일이 지금만큼 흔하지 않았던 때라 그랬을 거다. 당시 한국 라면 수출액은 2억달러 남짓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풍경은 크게 바뀌었다. 한국 라면은 더 이상 한인 마트 전유물이 아니다. 미국 주요 대형 유통 채널의 일반 식품 매대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2019년 영화 기생충의 ‘짜파구리’가 세계적 유행을 타면서 외국 소비자 유입이 폭발했고, 2020년대 들어서는 BTS(방탄소년단)·카디비 등 유명 인사들의 불닭 ‘먹방’이 글로벌 확산을 견인했다. 삼양아메리카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9% 늘어난 1억1200만달러, 중국 법인의 매출이 56%나 뛴 9억5100만위안을 기록한 것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하얼빈 마트 매대에 진열된 한국 과자와 라면 제품 사진홍승완 기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하얼빈 마트 매대에 진열된 한국 과자와 라면 제품 [사진=홍승완 기자]
 
해외에서 한국 라면을 발견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순간이 아니다. 지난달 중국 하얼빈의 슈퍼마켓, 아시안 인구가 적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마트에서도 한국 라면과 과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K라면을 넘어 K푸드 전반이 세계 유통망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이다.

10년 사이 한식 선호도 역시 높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세계 22개 도시 소비자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식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68.6%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한국 식품은 '특별히 찾아야 하는 맛'에서 '시장에서 마주하는 선택지'로 자리바꿈하는 셈이다.

당시 2억달러 수준이던 라면 수출액은 올해 1~10월 기준 12억5532만달러까지 늘었다고 한다. 이 흐름이 K푸드의 시장 범위를 더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10년 전엔 사진으로 남길 만큼 낯설고도 특별했던 장면이,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만큼 말이다. 
 
홍승완 산업2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홍승완 산업2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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