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기업들, 성장 정체 넘어서 '뷰티 산업' 눈 돌린다

  • 내수 침체·매출 정체에 고마진 K-뷰티로 탈출구 모색

  • 수출 신기록 행진·수출국가 다변화 식품업계 투자 자극

K-뷰티 고르는 외국인 사진연합뉴스
'K-뷰티' 고르는 외국인 [사진=연합뉴스]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화장품·이너뷰티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경기 둔화와 원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기존 식품·외식 중심 사업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해외에서 이미 경쟁력을 인정받은 K-뷰티 산업은 글로벌 수요가 꾸준하고 제조 기반도 탄탄해 식품업계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hy는 자사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를 스킨케어로 확장해 피부유산균 ‘HY7714’를 적용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2023년 첫 앰플을 선보인 뒤 자외선 차단제와 모델링팩까지 라인업을 넓히며 이너뷰티와 스킨케어를 잇는 독자적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 기반을 직접 확보한 사례도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통해 화장품 ODM 전문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메디큐브 등 다수의 인기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개발 속도와 품질 관리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사업군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신세계푸드는 ‘투자형 진출’ 전략을 택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색조 화장품 ODM(제조자 개발·생산) 전문 기업인 씨앤씨인터내셔널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뷰티시너지2025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당 사모투자의 지분 36.9%를 확보하게 됐다. 직접 제조·판매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외부 고성장 산업에 대한 재무 투자로 안정적 수익원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가 뷰티 분야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산업의 수익 구조 차이에 있다. 식품 제조업은 국제 곡물 가격, 물류비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화장품은 제조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원가 변동성이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고기능성·프리미엄 제품은 평균판매단가(ASP)에 따라 매출총이익률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 전략과 채널 운영 역량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구조다. 식품기업이 그동안 축적해온 원료 개발, 품질 관리, 마케팅·프로모션 경험을 뷰티 산업에서도 일부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확장 배경으로 거론된다.

K-뷰티의 글로벌 성장세도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관세청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한 5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 비중 역시 과거 중국·미국 중심에서 점차 다변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뷰티 제품 남미 수출액은 2020년 1530만 달러에서 지난해 7020만 달러로 4년 새 4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칠레 등 신흥 시장에서 수요가 확대되며 K-뷰티의 글로벌 외연이 지속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소비가 정체되면서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해외에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 K-뷰티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