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건설업계] '내년이 더 힘들다'…고환율·원가압박·규제강화 '3중고'

  • 종합건설사 폐업 500건 돌파…"중소·지방 건설사 중심으로 도산 위험 높아져"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내년에도 국내 건설업계가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초고환율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치솟고, 공사비 인상 압박은 지속되는 가운데 안전 규제강화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에 ‘3중고’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미분양 확대·보증사고 증가 등 건설업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책·시장 리스크가 동시에 덮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30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1~10월)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사는 523곳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484곳) 대비 8% 증가한 것으로 같은 기간 기준, 종합공사업체의 폐업 건수가 500건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동기간 기준으로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00건대 수준을 머물던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건수는 2023년 400건대 중반으로 올라선 후 꾸준히 증가 중이다. 올해 연말에는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 건이 500건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금리·원가 압박에 이어 지방의 수요 위축 등으로 영세업체뿐 아니라 중견업체의 경영난까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해소 흐름이 멈추며 분양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62가구로 전월 대비 149가구 늘어나는 등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에 미분양이 집중되며, 지역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가 가속화되는 구조가 반복 중이다.

아울러 보증사고도 급증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분양보증 및 임대보증 사고 금액은 1조1558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둔화로 사업성이 낮아진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가 흔들리면서 대규모 보증사고가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역 건설업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발주 공사의 ‘지역제한경쟁입찰’ 확대 방안을 예고했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다. 정책 수혜가 일부 중소업체로 제한되고, 정작 사업성이 낮은 공공물량 중심의 발주 확대가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실질적인 공사비 정상화나 금융 지원이 없는데 입찰 문턱만 낮춘다고 살아나는 시점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특히 내년 원가 상승 압력이 올해보다 더욱 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근접한 상황에서 철근·레미콘·시멘트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연동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 원가의 30~40%가 재료비인 점을 고려하면, 환율 흐름이 지속될 경우 내년 공사비는 “상승이 아닌 폭등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조합 부담이 급증하며 일정 지연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안전 규제 강화도 건설사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산업안전 관련 현장 기준이 상향되면서 전문 인력 확보와 안전장비 확충에 드는 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특히 여당이 추진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안전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행 PF·분양시장의 불안 속에서 과징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경영 압박은 버티기 힘든 수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위험을 민간에만 떠넘기는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건설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환율·자재비·노무비·규제까지 동시에 악화되는 시기는 드물다”며 “자금 여력이 취약한 중소·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도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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