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금리체제] 대출·예적금공식 '동시다발' 균열 위기

  • 주담대 금리, 신용대출·기업대출보다 높은 '기현상'

  • 예·적금 금리도 저축은행보다 시중은행이 더 높아

  • 대출규제·포용금융 강조…"내년에 더 심해질 수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리 책정이 시장원리와 무관하게 이뤄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는 포용금융이 맞물린 결과가 뒤틀린 금리 체계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20∼6.172% 수준이다. 반면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는 3.830∼5.310%로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상단 기준 0.862%포인트 낮다.

집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무담보의 신용대출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인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생산적 금융은 확대하면서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대출의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3.96%로 전월 대비 0.09%p 하락했지만 주담대 3.96%에서 3.98%로 0.02%p 상승하면서 금리 우위가 바뀌었다.

왜곡된 부동산 정책은 신용점수 체계도 무너뜨렸다. 11월 은행별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 기준) 공시를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신용점수 600점 이하 금리는 연 3.67%로 951~1000점(4.14%)을 포함한 전 구간 중 가장 낮았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자가 중·고신용자보다 저렴하게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예·적금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다는 공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 17곳의 정기예금(12개월 단리) 최고 우대금리 평균은 2.75% 수준인 반면, 저축은행 79곳의 평균 금리는 2.71%였다. 각종 대출 규제로 여신 영업이 어려워진 저축은행이 조달 창구를 늘릴 유인이 사라진 탓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이례적 현상이 상당 기간 이어지거나, 역전의 정도나 범위가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스스로 왜곡된 금융 시스템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6대 핵심분야 구조개혁 중 '금융개혁'을 언급하며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등 '금융 계급제'가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발언 다음날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정부가 다 감당할 수 없으니 은행 스스로 서민 금융상품을 챙겨달라"며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의 아이디어를 같이 논의해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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