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외국인 규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적 취득 요건을 강화하고 체류 자격과 영주권 심사 비용을 대폭 인상하는 등 외국인을 겨냥한 각종 규제 조치가 잇달아 추진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구조적 인력난에 직면해 있으며, 공항 인프라 확충을 통해 해외 인력을 포함한 국제 이동 수요를 크게 늘리려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 '정책 방향성'과 '현실'이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5년 이상'으로 규정된 국적법의 귀화 요건을 실제 운용에서는 10년 이상 거주해야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구는 그대로 두되, 심사 과정에서 10년 이상 체류를 사실상 기준으로 삼아 최종 판단을 더욱 엄격히 하겠다는 취지다.
다카이치 정권은 체류 자격 관련 비용도 대폭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 체류자가 체류 자격을 변경하거나 1년 이상 기간을 갱신할 때 드는 수수료를 현재 6000엔(약 5만7000원)에서 3~4만엔(약 28만~38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영주허가 심사 수수료를 1만엔(약 9만5000원)에서 10만엔(약 95만원) 이상으로 인상하는 구상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러한 규제는 다카이치 총리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층의 요구와도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일본유신회 역시 "무거운 법적 지위인 '국적'이 '영주허가'보다 취득 요건이 느슨한 역전 현상"을 문제 삼으며 국적 취득 요건 엄격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 일본 정부는 내년 1월 외국인 정책 기본 방침 발표 시 이같은 규제 방침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산업 현장의 필수 인력이 되어 있다. 요미우리신문과 와세다대학 공동 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9%로 높았지만,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 증가가 인력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본 응답도 61%에 달했다.
외국인 유입에 대한 반대 이유로는 치안 악화(68%), 사회 문화적 충돌(63%)이 지적되었지만, 숙박·요식업 등 다수 업종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이미 고착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을 가장 큰 경영 리스크로 꼽고 있으며, 특히 지방 관광업과 서비스 산업에서 외국인 의존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反) 외국인 정서가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나타나면서도 경제 현장은 외국인을 필요로 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점은 일본 정부가 외국인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국제 이동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쿄도는 2039년까지 나리타 공항의 여객 수용 능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제3활주로 건설, 제2활주로 확장 등 대규모 인프라 확충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해외 관광객과 외국인 장기체류자 유입 확대를 전제로 한 정책이다. 인구 감소와 인력난 속에서 국제 인적 교류 확대는 일본 경제가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과제라는 점에서, 외국인 규제 강화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이 "보수층 결집용 상징적 정책"에 머무를 가능성을 지적한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지속될 수 없는 산업 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할 경우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항·관광 인프라 확충은 일본이 더 많은 국제 인력과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는 경제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어, 정권의 정책 방향이 실제 경제 현실과 괴리를 보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렇듯 현재 다카이치 정권은 외국인 규제 강화와 국제 인력 수요 확대라는 상반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일본 사회의 외국인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요구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이 설정될지, 외국인 노동력과 국적·체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는 앞으로 일본 정치·경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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