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호찌민 대기 '보라색' 경보... 총리까지 나서서 무슨 일?

  • AQI 230 기록하며 세계 최악 도시 등극... 전기차 전환·오토바이 규제 본격화

하노이의 심각한 대기오염 현장 사진베트남 통신사
하노이의 심각한 대기오염 현장 [사진=베트남 통신사]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대기오염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자 베트남 정부가 전국적 관리 체계 마련에 나섰다. 팜 민 찐 총리는 두 도시를 중심으로 오염 대응 프로젝트를 지시하며 빠른 조치를 강조했다. 최근 며칠 동안 수도의 대기질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시민 불편이 극심한 상황이다.

8일(현지 시각) 베트남 청년 신문에 따르면, 하노이는 지난달 말부터 밤과 아침 시간대에 대기질이 나쁨과 매우 나쁨 단계로 반복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앞서 전날 저녁에는 지수가 AQI(대기환경지수) 230을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도시로 나타났다.

7일 하늘은 하루 종일 미세먼지에 가려졌고, 대기 측정업체 IQAir는 하노이 대기를 '보라색' 단계로 분류했다. 이 기간 공기청정기 구매가 늘어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고객 방문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특정 기종은 품절되는 양상도 보였다. 가정에서는 PM2.5(지름이 2.5 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인 초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기 위해 방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추세다.

특히 먼지가 많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이동한 시민들은 얼굴 따가움과 붉은 발진을 호소한 경우도 나왔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20대의 한 시민은 "외출 시 시야가 안개처럼 흐리고 귀가 후 화장을 지우면 얼굴이 검게 변한다"며 "오토바이를 탈 때 불편이 계속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내 곳곳에서 기침과 코막힘을 겪는 지인이 많아 계절을 즐기기도 전에 오염을 먼저 경험해야 하는 게 베트남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베트남 청정대기 네트워크 의장 호앙 즈엉 뚱 박사는 "하노이에서는 사계절 외에 오염의 계절이 존재한다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라며 "오염이 장기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호찌민시 역시 WHO 권고 기준보다 PM2.5 수치가 네 배까지 높아지는 날이 늘고 있으며 AQI가 세계 상위권에 오르는 상황도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오염은 계절상 건기나, 사람들이 많은 혼잡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뚱 박사는 "오염도가 줄지 않고 기준 초과 사례가 증가해 위험도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통이 도시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하노이는 오토바이 약 700만대, 자동차 약 80만대가 있다. 이 중에는 물론 노후 오토바이와 트럭도 포함된다. 호찌민시에는 오토바이 900만대 이상, 자동차 100만대 이상이 운행되고 있다. 특히 두 도시 모두 배출 품질이 낮은 차량이 운행되고 있어 ▲CO(일산화탄소) ▲NOx(질소산화물) ▲SO2(이산화황) ▲NMVOC(비메탄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배기가스가 대기 중에서 PM2.5 생성 물질로 이어진다.

차도 문제지만 오토바이가 가장 큰 오염원으로 꼽힌다. 호찌민시에서는 주요 배기가스인 NOx의 35.3%, CO의 91.4%, SOx의 65.4%, NMVOC의 70.4%를 오토바이가 배출한다. 구형 가솔린 오토바이는 유럽 배출가스 기준인 Euro4나 Euro5 기준, 자동차보다 CO, HC, NOx 미세먼지 배출량이 10~20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뚱 박사는 "각 도시에서 추진하는 오토바이 규제, 차량 배출 기준 강화, 전기차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민들이 건강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며 "대기 관련 프로젝트는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한 실행 로드맵을 갖추고 있어 빠른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기오염 문제는 베트남만의 현상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1978년 경제 개방 이후 스모그와 수질 악화가 심화되자 강력한 개선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분야는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교통'이었다. 중국 정부는 당시 전기차 사용을 장려하며 전기차의 수명 주기 배출량이 내연기관차보다 낮다고 홍보했다. 선전의 경우 2017년 기준 시내 버스 약 1만6000대를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했다. 이후 여러 도시가 비슷한 정책을 따랐다.

덧붙여 중국은 2000년부터 가솔린 오토바이를 오염원으로 규정해 규제를 강화했고, 12년 뒤 200개 이상 도시가 도심에서 가솔린 오토바이를 금지했다. 이 조치 후 중국 전역의 80% 이상 지역에서 대기질이 향상됐고 전기 오토바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이미 가솔린 사용을 줄이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와 자동차 산업을 무배출 구조로 전환하는 세계적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구체적 실행과 정책 일관성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단계별 이행 계획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대기질 개선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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