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후폭풍이 검찰 고위직 인사에 반영됐다. 법무부가 11일 ‘조직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대검·지검장 인사를 대폭 교체하고 일부 간부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하자, 전보 대상이 된 부산·광주지검장이 즉각 사의를 밝혔다. 항소 포기 결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검사장들이 인사에서 사실상 배제되면서 ‘징계성 인사’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법무부는 11일 고검·지검장 등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번 인사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 직후, 일선 검사장 18명이 내부망에 문제를 제기한 ‘항소 포기 성명’ 이후 첫 인사란 점에서 검찰 내부의 관심이 집중됐다. 법무부는 인사 원칙을 “검찰 조직 기강 확립 및 공정한 집행력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점은 항소 포기 논란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다수 검사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비핵심 보직으로 이동한 점이다. 박혁수(32기) 대구지검장, 김창진(31기) 부산지검장, 박현철(31기) 광주지검장이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연수원 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수사·지휘라인과 멀어진 자리로 ‘좌천성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의 후임으로는 부산지검장에 김남순(30기) 부산고검 울산지부 검사, 광주지검장에 김종우(33기) 부천지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대구지검장 자리에는 정지영(33기) 고양지청장이 발탁되며 기존 지휘부가 전면 교체됐다.
검사장급 가운데 정유미(30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대전고검 검사로 보직이 변경됐다. 검사장 직위에서 한 단계 내려온 것으로, 내부에서는 사실상 ‘강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무부는 인사 설명 자료에서 정 검사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표현을 반복해 조직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한 논평을 달았다.
한편 주요 지검장급 보직도 대거 교체됐다. 수원지검장에는 김봉현(31기) 광주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그는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 공소 유지와 관련 수사를 총괄하게 된다. 부산·광주·대구 등 핵심 지검장의 변화는 항소 포기 사태 이후 검찰 수사 체계 재정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인사 발표 직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부산·광주지검장이 즉각 사의를 밝혔다. 김창진 검사장은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한민국 검사로 근무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적으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조국 전 장관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사건을 맡으며 양 진영에서 정치검사 비판을 받았다”며 “권력은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또 “검사 결정에는 외압이 따라오지만 굴복해선 안 되며, 정의롭게 보이는 것까지 포함해 신분보장을 받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현철 검사장도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그는 “공직자로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일이 보람이었지만 마지막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사법 체계가 흔들리는 격랑 속에서 자리를 지킨 동료들에게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는 마음”이라고 심경을 적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대장동 항소 포기 직후, 박재억 전 수원지검장 등과 함께 내부망에 경위 설명을 요구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검사장들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들이 비핵심 보직으로 이동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항의 성명에 대한 보복 인사 아니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이번 인사 발령일은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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