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원석 한국번역가협회장은 "(AI 도입 이후) 1~2년 사이 신규 번역·통역 요청 건수가 약 80% 감소했다"며 "번역 단가 역시 과거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협회측은 AI 도입으로 번역가들의 효율성은 높아졌지만 일감 자체가 급감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간단한 번역이나 초벌 번역 작업을 AI가 맡으며 전문 번역가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글쓰기·정보처리·소통을 핵심으로 하는 지식 노동자 직군이 AI와 직접적인 경쟁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협회측에서 우려하는 것은 전문가 풀의 붕괴다. 협회에 따르면 전체 의뢰의 약 80%가 기계번역 후 편집(MTPE) 방식이다. AI가 초벌 번역을 수행하고, 전문 번역가가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구조다. 실제 번역 작업의 대다수를 AI가 하는 구조다. 전문 번역 단가 역시 급감하며 전직하는 번역가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번역 의뢰가 줄어들면 신진 번역가가 성장할 기회가 사라지고, 숙련 번역가 역시 시장을 떠나게 된다"며 "결국 고난도 번역과 품질 책임을 맡을 전문가 풀이 붕괴된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AI 도입 이후 번역가들이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후편집 리터러시'와 '번역 서핑'이 그것이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량의 텍스트를 빠르게 이해하고, 이를 출판, 문화 콘텐츠, 산업 문서 등 각 분야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이 번역 업계의 필수 역량이 됐다고 설명한다.
빅테크들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 놓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활용: 생성형 인공지능의 직업 적용 가능성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자사 AI 챗봇 '코파일럿'의 실제 사용자 데이터 약 20만건을 분석한 결과 AI 적용 가능성 점수가 가장 높은 직업은 '통번역가(0.49점)'로 나타났다.
MS는 보고서를 통해 글쓰기 등의 지식 노동자 직군이 이미 AI와의 협업 단계에 깊숙이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MS측은 "AI가 특정 직업을 완전히 없애기 보다, 상당 부분의 업무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개인과 조직 모두 AI와의 협업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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