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中 '하이난 봉관' 공식화, 3가지 변화에 주목을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용인대 중국학과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요즘 중국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부상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하이난(海南)이다. 내외국인의 이주도 많아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그 이유는 2025년 12월 18일부터 공식적으로 하이난 봉관(封關, Hainan Customs Closure)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얼핏 들으면 하이난성을 봉쇄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의미는 ‘세관(關)을 봉쇄(封)한다’는 뜻이다. 대외개방을 확대하고, 하이난 자유무역항 기능을 더욱 고도화해 홍콩·싱가포르·두바이와 같은 국제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난섬 전체를 독립된 특별 세관구역으로 지정해 홍콩처럼 중국 본토와 분리된 특수지역으로 높은 수준의 개방과 차별화된 우대정책을 제공한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면적이 3만3900㎡로 한국의 3분의 1 크기로 홍콩의 30배, 싱가포르의 40배, 두바이 8배 규모다. 하이난 봉관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 하이난 자유무역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유무역항(Free Trade Port)은 대외개방 확대와 외자기업 유치를 위해 설립된 기존 자유무역시험구(Pilot Free Trade Zone)와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통관·투자·행정 절차의 편리화, 간소화 관점에서 유사하지만 법적 지위와 운영 방식 및 개방 강도에서 완전히 다르다. 2025년 기준 중국 내 자유무역시험구는 총 22개 있지만, 자유무역항은 하이난이 유일한 만큼 개방의 폭이 확대되었다. 자유무역시험구가 본질적으로 중국 세관영역 내부의 보세감독구역이라면,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섬 전체가 독립되고 단일화된 특별 세관감독구역이다.

하이난 자유무역향의 전면 봉쇄형 통관제도인 ‘봉관’은 ‘1선 개방(一線放開), 2선 관리(二線管住), 도내 자유(島内自由)’의 3가지 핵심 원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1선 개방(해외)‘은 해외와 하이난 두 지역 간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금융, 무역 및 서비스를 최대한 자유롭게 허용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2선 관리‘는 중국 본토와 하이난 간 비즈니스 거래에 있어 촘촘한 관리와 세관 통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도내 자유‘는 자유무역항 전체 섬에서 생산·물류·자본의 각종 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난 봉관은 중국 개혁개방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듯하다. 12월 18일을 봉관 개시의 날짜로 정한 것도 숨은 의미가 있다. 47년 전인 1978년 12월 18일 제11기 3중전회를 통해 중국은 개혁개방을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 4개 경제특구(선전·주하이·산토우·샤먼)를 지정했다. 하이난 봉관 정책의 출발은 198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난성 전체가 5번째 경제특구로 지정되었고, 2018년 하이난성 경제특구 30주년 기념회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 건설을 주문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방안>, 2021년 6월 <하이난 자유무역항법>이 정식 발표되었다. 지난 4년 동안 봉관 제도 구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올해 7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12월 18일을 봉관 개시날짜로 공식화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하이난 봉관은 중국 내수시장과 동남아 진출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하이난 봉관이 가져올 3가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최적화된 사업 원가구조의 변화이다. 18일부터 첨단설비, 생물바이오 원료, 소비재 등 상품이 하이난 자유무역항으로 수입(1선 개방)될 경우 대부분 제로 관세이다. 무관세 대상품목이 현재 1900여 종에서 6600여 종으로 늘어나 전체 무관세 품목 비중이 기존의 21%에서 74%로 늘어난다. 또한 하이난을 통해 중간재를 수입해 현지 가공된 부가가치가 30% 이상인 제품을 다시 중국으로 판매할 경우(2선 관리) 수입관세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하이난에 설립한 기업이 해외에서 커피원두, 화장품 원료를 수입해 가공 부가가치가 30% 이상인 커피 및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 본토로 판매할 경우 수입관세를 면제받게 된다. 통관도 간소화되어 선박, 항공을 통해 해외에서 수입되는 상품이 하이난성 내 8곳(하이코우항·양푸항·산야항·칭란항 등)의 대외개방 국경 출입구(口岸, Port)에서 직접 통관이 가능하다. 하이난에서 중국 본토로 수출할 경우 사용하게 될 10곳(하이코우항·양푸항·산야항·칭란항 등)의 2선 통관항구도 간소화된 통관시스템이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개인소득세 및 기업소득세도 본토 대비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본토 25% 기업소득세 대비 하이난에서는 15%를 적용한다.

둘째 자금이동, 인적이동, 결제 등 본토 대비 자율성의 변화이다. 무역통관의 자율성뿐만 아니라 홍콩과 같이 역외무역(Offshore Trading)이 더욱 자유로워진다. 역외무역은 한 나라의 영역 밖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3국으로 중계 수출하는 무역 방식을 뜻하며, 이는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것을 넘어 금융·보험·운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3국 간 무역을 의미한다. 이는 중국 내에서 생산된 물건을 직접 수출하는 것과 달리, 생산지(예: 한국)와 최종 소비국(예: 동남아 국가) 사이의 중개 무역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이난에 설립한 우리 기업이 한국 화장품을 인도네시아 바이어에게 직접 수출할 수 있다.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계약 체결·결제·융자·보험 등 모든 무역 서비스 활동을 하이난에서 진행할 수 있다. 2024년 하이난 양푸항의 역외무역 결제액이 약 120억 달러로 향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하이난 봉관을 통해 자금이동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자유무역 다기능 계좌 시스템인 FT(Multi-functional Free Trade Account) 개설을 통해 자유롭게 이체가 가능해진다. FT 계좌를 통해 투자금, 배당금, 대금의 신속한 회수가 가능해지면서 한국과 하이난(1선) 자금흐름의 제약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내 등록 기업이 다기능 FT계좌와 역외 계좌를 사용해 증권 투자 외 자본 항목 업무를 추진할 경우 외자기업의 총 투자액과 등록자본 간 차액에 해당하는 외채, 역내 기관의 비거주민 자본이나 외환 자금 유입, 역외 대출 관련 한도액 및 심사 제한 등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다기능 FT계좌는 역외 계좌, 해외(OSA) 계좌, 비거주민(NRA) 계좌, 타 다기능 FT계좌로도 자유롭게 이체할 수 있다. 최근 QFLP(외국자본의 중국직접투자)와 QDLP(중국자본의 해외투자)의 사모펀드 자금이 하이난에 들어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셋째, 하이난 특유의 산업개방과 산업경쟁력의 변화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크게 ’4+3+3‘ 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4+3+3‘은 여행업·현대 서비스업·하이테크 산업· 열대 특색의 고효율 농업의 4대 지주산업과 바이오 종자·해양과학기술·우주항공의 3대 미래 특화산업 그리고 면세 쇼핑·의료·교육의 3대 소비업을 의미한다. 4대 지주산업이 하이난성 GDP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67%로 최근 5년간 평균 약 13.7% 증가하고 있다. 한편, 하이난성 보아오(博鰲)에 위치한 러청(樂城)국제의료 관광선행구는 중국 유일의 글로벌 의료 특구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본토와 달리 수입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심사 및 승인 기간을 단축시키는 약품·의료기 특별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국내외 헬스케어 기업들이 하이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봉관 이후 면세점뿐만 아니라 일반 소매점에서도 면세 수준의 혜택이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화장품과 패션브랜드의 하이난 내 직영매장 오픈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하이난성에서 시행 중인 85개국에 대한 무비자 입국정책이 확대될 경우 하이난 자체 소비시장도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K-뷰티, K-패션의 소비재 브랜드도 리스크 없이 하이난 유통망을 실험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향후 홍콩과 싱가포르를 대체할 중계무역 거점지역이자 동남아와의 해상교역을 촉진할 교두보로서 그 기능과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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