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그네스' 윤석화, 오늘 영면…대학로서 노제·문화훈장 추서 추진

'1세대 연극스타' 고(故) 윤석화 발인식이 21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50년간 배우이자 연출가, 제작자로 무대를 지켜온 배우 윤석화가 영면에 들었다. 정부는 그의 공연예술계 공로를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한다.

연극계에 따르면 21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윤석화 발인식이 열렸다. 발인식에는 유족과 동료 예술인들이 참석해 뇌종양으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발인식 이후에는 오전 9시 30분께 고인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직접 운영했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에서 노제가 열렸다. 발인에 앞서 교회 예배 형식의 영결식도 유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노제는 고인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치러졌으며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등 후배 예술인들은 고인이 무대에서 불러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꽃밭에서’를 헌정곡으로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주요 작품을 통해 1세대 연극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연극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윤석화는 무대에 대한 애정으로 연기 활동에 그치지 않고 제작과 연출에도 적극 나섰다. 2002년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대학로에 설치극장 정미소를 개관해 실험적 연극의 산실을 만들었으며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까지 ‘19 그리고 80’ ‘위트’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직접 연출·제작했고,그가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성과도 남겼다.

또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공연예술 생태계 전반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윤석화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등 많은 연극상을 받았다. 2005년 대통령표창, 2009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연극·무용 부문)을 수상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오랜 기간 공연예술계 발전에 기여한 윤석화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9일 빈소를 찾아 깊은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