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경은 이미 은행 중심 수익 구조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금리 사이클 변화와 경기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전통적 예대마진에 기대는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해외 주요 금융사들이 AI를 성장 전략의 중심에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JPMorgan Chase는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와 수익 창출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매년 막대한 자금을 기술과 데이터에 투자하고 있다. 경쟁력의 기준이 ‘상품’이 아니라 ‘판단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제 금융권에서 AI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여신 심사, 자산 운용, 사기 탐지, 고객 관리 전반에서 AI 활용 여부가 곧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싱가포르의 DBS Bank가 스스로를 ‘은행이 아닌 기술 기업’으로 규정하며 AI를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 결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도입의 속도가 아니라, 경영 판단 과정에 AI를 얼마나 깊이 내재화하느냐다. 챗봇이나 단순 자동화 수준에 머문다면 AI 전략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금융지주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무거워진다.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관리 실패, 보안 사고는 곧바로 금융 신뢰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고대 로마의 격언처럼 “힘이 커질수록 책임도 커진다(Potentia magna, magna responsabilitas).” AI를 도입하는 것만큼 이를 통제하고 책임지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금융사의 신뢰는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관리 능력에서 결정된다.
연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이번 임기에서 AI는 선택지가 아니다. 금융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변수다. 임종룡 회장이 안정을 관리하는 회장으로 남을지, 변화를 주도하는 회장으로 기록될지는 분명해졌다. 시장이 던지는 질문도 단순하다. 연임에 성공한 회장이 아니라, AI 시대를 준비한 회장이 될 수 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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