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소비자물가 2.3% 올라…고환율에 석유류·먹거리 껑충

연간 상승률은 2.1%…하반기 들어 상승 압력 확대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하며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고환율 영향으로 석유류와 먹거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전월(2.4%) 대비 상승 폭은 소폭 둔화했으나, 9월 이후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물가 상승률은 6~7월 2%대 흐름을 보이다 8월 1.7%로 낮아졌다. 이후 9월(2.1%)에 2%대로 올라서며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4%를 기록했고 이달 2.3%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6.1% 오르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는 올해 2월(6.3%)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으로, 경유(10.8%)와 휘발유(5.7%) 가격이 모두 크게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먹거리 물가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웠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4.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32%포인트 끌어올렸다. 농산물은 2.9%, 축산물 5.1%, 수산물은 6.2% 각각 올랐다. 특히 쌀(18.2%)과 사과(19.6%), 귤(15.1%) 등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공식품 가격도 2.5% 오르며 물가 부담을 더했다. 빵(3.3%), 커피(7.8%) 등 주요 소비 품목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8% 상승했으며, 기상에 따른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1.8% 올랐다.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는 2.3%, OECD 방식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로 집계됐다. 2020년(0.5%)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상회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에서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로 높아졌다가 지난해 2.3%로 둔화된 바 있다.

올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세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하반기 들어 국제 유가 반등과 환율 상승이 겹치며 에너지와 먹거리 중심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됐다. 연간 물가 상승 기여도를 보면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이 전체 상승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간 2.2% 수준으로, 전년(3%대 초반) 대비 뚜렷하게 둔화됐다. OECD 기준의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역시 2% 내외를 유지하며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체감물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연간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외식비·가공식품·에너지 등 일상 소비와 밀접한 품목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가계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겨울철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내년에도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먹거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별 가격과 수급상황을 상시 점검하면서 필요시 대응방안을 신속히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