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로 채웠다" 롯데·CJ·쇼박스·플러스엠·NEW…2026 韓영화 라인업

새해 관객들과 만나는 주요 배급사 신작들 사진각 영화 포스터
새해 관객들과 만나는 주요 배급사 신작들 [사진=각 영화 포스터]
2025년 한국 영화는 끝내 '천만'이 없었다. 흥행의 상징이 사라진 한 해는 시장의 체감 온도를 낮췄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상업영화 개봉 편수 자체가 줄어든 흐름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내년 극장가는 '수'보다 '내용'으로 승부를 건다. 롯데엔터테인먼트·CJ ENM·쇼박스·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NEW  등 국내 주요 배급사들은 굵직한 상업영화 라인업을 줄줄이 예고, 줄어든 개봉 편수만큼 '알짜'로 채우겠다는 기류가 뚜렷하다.

먼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장르 폭을 넓게 깔아두며 관객층 확장을 노린다. 1월 14일 개봉하는 코미디 '하트맨'이 선봉에 선다. '히트맨' 시리즈의 콤비 권상우와 최원섭 감독이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승민(권상우 분)이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을 다시 마주한 뒤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권상우·문채원 조합에 박지환·표지훈이 합류해 코믹 텐션을 끌어올리고 '히트맨'과 '파일럿' 등 흥행작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다진다.

상반기에는 구교환을 전면에 내세운 '부활남'이 배치됐다. 죽은 뒤 72시간이 되면 부활하는 능력을 알게 된 취준생 석환(구교환 분)이 정체를 알아챈 이들에게 쫓기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백종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신승호·강기영·김시아·김성령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도 상반기 라인업에 포함됐다. 제대로 죽기 위해 탈옥하는 '203'과 제대로 살기 위해 약을 훔치다 걸린 '남식'이 거액의 돈을 손에 쥔 뒤 뜻밖의 동행을 시작하는 설정으로, 최민식·박해일의 조합이 관전 포인트다.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이 출연하는 '경주기행'은 '막내 딸 경주'를 살해한 범인의 출소 날, 복수를 위해 '경주'로 떠나는 네 모녀의 가족 여행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강동원·엄태구·박지현·오정세가 출연하는 '와일드씽'은 한때 해체했던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여 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얻어 무대로 향하는 과정을 그리는 코미디로,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정가네 목장'은 30년간 말 한마디 섞지 않고 소를 키우며 살아온 형제의 이야기를 류승룡·박해준이 끌고 간다.

CJ ENM은 '브랜드 IP'와 장르 확장 카드로 라인업을 짠다.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2'(가제)는 이성민·강하늘을 캐스팅해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급변하는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김현주 분)에게 9년 만에 훌쩍 커버린 아이(배현성 분)가 돌아오며 시작되는 미스터리로, '귀환'과 '의심'의 감정을 전면에 놓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제)는 변요한·노재원·미요시 아야카를 앞세워 글로벌 도박판을 무대로 '다 가졌다고 믿었던 인물'이 다시 판에 끌려 들어가는 서사를 예고했다. 여기에 '프로젝트 30'(가제)은 30인의 감독이 3분씩 선보이는 30개의 이야기를 3막의 영화로 엮는 옴니버스 '스낵무비'로 실험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노리는 포맷 자체가 눈에 띈다.

쇼박스는 장르 라인업을 '강하게' 세운다. 2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을 보살피는 유배지 촌장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 배우 유해진·박지훈·유지태가 출연한다. 

영화 '살목지'(가제)는 로드뷰 업데이트를 위해 저수지로 나선 촬영팀이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공포 영화로, 김혜윤·이종원·김준한이 캐스팅됐다.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이 이름을 올린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생존자들의 사투를 다루는 감염 스릴러로 '확장된 재난 장르'의 문법을 예고한다. 김윤석·구교환의 '폭설'은 외딴 기차역을 배경으로 한 심리 스릴러로, 폐쇄된 공간이 만드는 긴장감에 기대가 모인다. 수지·김선호가 출연하는 '현혹'은 1935년 경성, 의혹과 소문에 둘러싸인 여인 송정화의 초상화를 의뢰받은 화가가 비밀에 다가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시대극의 결을 장르적 긴장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을 택했다.
영화 호프 티저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영화 '호프' 티저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도 장르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한다. 먼저 1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로젝트 Y'는 미선과 도경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금괴를 훔치며 벌어지는 범죄 영화다. 한소희, 전종서를 필두로 김신록·정영주·이재균·유아·김성철까지 합류해 캐릭터 밀도를 높였다. 쫓고 쫓기는 전개를 핵심 동력으로 삼는 동시에 토론토국제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런던아시아영화제 작품상 수상 등 '해외 반응' 이력도 전면에 세웠다. 

여름 시장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출격한다.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가 출연해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다.

우도환, 장동건, 이혜리 주연작인 영화 '열대야', 마동석이 출연하는 '피그 빌리지', 염정아·차주영·김혜윤의 '랜드', 김남길·박보검이 만나는 '몽유도원도',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연출 데뷔 다큐 '미스터김, 영화관에 가다' 등 장르·포맷을 폭넓게 준비 중이다.

NEW는 2월 11일 개봉하는 '휴민트'(감독 류승완)가 유일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로, 류승완 감독이 조인성·박정민·박해준·신세경과 함께한다. '베를린'과 '모가디슈'를 잇는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흐름 위에 놓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액션과 현장감이 동시에 관전 포인트가 된다.

코로나 이전보다 개봉 편수가 줄어든 시장에서 라인업은 결국 '밀도'로 평가받는다. 내년 극장가는 주요 배급사들이 준비한 카드가 각기 다른 장르의 관객을 어떻게 끌어모으는지, 한국영화의 체온을 어느 지점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가늠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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