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가 아닌 동네이웃이 되는곳 시간 속을 걷는 '호이안 올드타운'

  • 동서양 상인들 모여들던 국제무역항… 과거·현재 조화롭게 녹아들어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명소보다 발길따라 걷는 골목이 일품

  • 곳곳엔 회화·사진작품 전시한 소규모 갤러리·공방 등 볼거리도 다양

호이안 올드타운역사지구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서양 상인들이 모여들던 국제 무역항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사진강상헌 기자
'호이안 올드타운(역사지구)'.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서양 상인들이 모여들던 국제 무역항이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사진=강상헌 기자]
 
베트남 중부 다낭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리자 익숙하던 도시의 풍경이 서서히 사라졌다. 도로 양옆을 채우던 호텔과 상점 대신 논과 강, 낮은 집들이 이어지는 곳, 호이안 올드타운(역사지구)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동서양 상인들이 모여드는 국제 무역항이었던 이곳은 지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도시’로 불린다.

다낭과 호이안은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속도는 전혀 다르다. 다낭이 현재진행형의 도시라면, 호이안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녹아든 도시다. 그중에서도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 올드타운의 첫 인상은 분주하기보다 차분함에 가깝다. 강렬하지 않은 노란색 벽, 낮은 지붕 아래 햇볕에 바랜 듯한 초록색 창틀, 오래된 나무문까지. 일부러 연출한 복고풍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남은 시간의 흔적이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중심에는 호이안의 상징으로 불리는 400년 된 내원교가 자리해 있다 사진강상헌 기자
호이안 올드타운의 중심에는 호이안의 상징으로 불리는 400년 된 내원교가 자리해 있다. [사진=강상헌 기자]
 
올드타운의 중심에는 호이안의 상징으로 불리는 400년 된 내원교가 자리해 있다. 베트남 2만 동 화폐에도 그려져 있을 만큼 유명한 목조 다리다. 일본과 도자기 교역이 활발하던 시절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인들이 건설한 다리인데 다리 위에 지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리 양 끝에는 원숭이와 개의 조각상이 있다. 길지 않은 다리 위를 걷다 보면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 사이로 현지 주민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알록달록 풍등이 흔들리는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정돈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매력에 빠져든다. 일정한 동선이나 강제된 관람 코스가 없다. 지도에 표시된 명소를 찾아다니기보다는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걷는 편이 더 어울리는 도시다. 골목 안으로 들어갈수록 관광객보다 현지인의 비중이 더 커진다. 
 
알록달록 풍등이 흔들리는 호이안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정돈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매력에 빠져든다 사진강상헌 기자
알록달록 풍등이 흔들리는 호이안 올드타운을 걷다 보면 '정돈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의 매력에 빠져든다. [사진=강상헌 기자]
 
올드타운의 골목은 관광지와 생활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작은 카페와 수공예 상점, 오래된 가정집이 뒤섞인 곳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주민들은 문 앞에 작은 의자를 내놓고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눈다. 이를 바라보고 있자니, 여행자가 아닌 오랜만에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찾아온 손님이 된 느낌이 든다. 

올드타운에는 유독 작은 갤러리와 공방이 많다. 대로변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회화, 사진, 조각, 공예 작품을 전시한 소규모 갤러리들이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다. 한국,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외관의 갤러리는 아니다. 간판도 크지 않고, 문도 활짝 열려 있지 않은 곳이 많다.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호이안의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세계 10대 초상 사진가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의 갤러리 프레셔스 헤리티지 뮤지엄은 19세기 시절에 지어진 가옥을 개조해 2016년에 문을 열었다사진강상헌 기자
'세계 10대 초상 사진가'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의 갤러리 '프레셔스 헤리티지 뮤지엄'은 19세기 시절에 지어진 가옥을 개조해 2016년에 문을 열었다.[사진=강상헌 기자]
 
그중 '세계 10대 초상 사진가'로 불리는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의 갤러리 '프레셔스 헤리티지 뮤지엄'에 발길이 닿았다. 19세기 시절에 지어진 가옥을 개조해 2016년에 문을 열었다. 레한 작가가 2010년부터 10년간 직접 촬영한 54개 이상의 베트남 소수민족 일상과 풍경이 담긴 사진 200여 점과 부족장들이 기증한 전통의상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없다. 베트남어 인사인 '신짜오(Xin chào·안녕하세요)' 한마디면 된다.

올드타운의 매력은 '볼거리'보다 '잠시 머무름'에 있다. 아무 계획 없이 걷고, 카페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된다. 빠르게 소비되는 여행지와는 다른 결이다. 화려한 장면보다 잔잔한 장면이 더 많은 올드타운의 느린 시간은 그렇게 여행자의 기억 속에 남는다.
 
호이안 올드타운의 매력은 볼거리보다 잠시 머무름에 있다 아무 계획 없이 걷고 카페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된다 사진강상헌 기자
호이안 올드타운의 매력은 '볼거리'보다 '잠시 머무름'에 있다. 아무 계획 없이 걷고, 카페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여행이 된다. [사진=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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