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iPS 의료, '꿈'에서 '현실'로… 20년 집념이 쏘아 올린 세계 첫 상용화

  • 줄기세포로 심부전·파킨슨병 치료제 세계 최초 승인

  • '사키가케(선구자) 심사제' 통한 정부 지원… 다카이치 총리 "경제성장 동력 삼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유도만능줄기(iPS)세포 연구가 20년의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상업화라는 거대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 약사심의회 전문 부회(분과위원회)는 지난 19일, iPS 세포에서 유래한 첨단 바이오 의약품 2종의 제조 및 판매를 조건부로 승인하며 일본의 첨단 바이오 기술이 연구실을 넘어 실제 시장에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우에노 겐이치로 후생노동상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바이오 의약품이 "이르면 3월 상순 정식 승인에 이를 것"이라며 상용화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는 2006년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세계 최초로 iPS 세포 제작 성공을 발표한 이후, 일본 정부가 1100억 엔(약 1조265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국가적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첨단 바이오 프로젝트가 거둔 가장 상징적인 결실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승인된 제품은 오사카대 학내 벤처 스타트업인 쿠오립스(Cuorips)의 허혈성 심근증 치료용 시트 ‘리하트’와 대형 제약사 스미토모 파마의 파킨슨병 치료용 신경세포 ‘암셰프리’다. 두 제품 모두 환자 본인의 세포를 사용하는 자가 이식 방식이 아닌 건강한 제3자의 세포를 비축해 활용하는 ‘타가 이식’ 모델을 상용화했다는 점에서 세포치료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자가 이식 방식은 타가 이식에 비해 막대한 비용과 긴 제조 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

리하트는 동맥경화나 심근경색으로 인해 혈관이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하고 펌프 기능이 저하된 중증 허혈성 심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쿠오립스는 iPS 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시킨 뒤 이를 직경 약 4cm의 얇은 시트 형태로 제작했다. 약 1억 개의 심근세포를 담은 이 시트를 환자의 심장 표면에 3장 가량 부착하면, 시트 내부의 세포가 분비하는 성장 인자와 혈관 재생 물질이 환자의 심근을 자극하고 새로운 혈관 형성을 유도해 심장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원리다. 아사히신문은 이 기술이 심장 이식이나 인공 심장에 의존해야 했던 중증 환자들에게 신체적 부담이 적은 혁신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사카대 등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이식 1년 후 환자 8명 전원의 숨가쁨 증상이 개선됐고, 그 중 4명은 운동 능력 지표가 뚜렷하게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지난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전시에서 실제 심장처럼 박동하는 ‘iPS 심장’의 형태로 공개돼, iPS 세포 기술의 가시적 성과를 전 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암셰프리는 뇌 속 도파민 생성 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되어 발생하는 파킨슨병 환자를 타깃으로 한다. 이 제품의 본질적인 성과는 교토대 iPS 세포연구소(CiRA)와의 오랜 공동 연구를 통해 탄생한 신경전구세포 기술에 있다. 암셰프리는 iPS 세포로 만든 신경전구세포를 환자의 뇌 특정 부위(정위부)에 직접 주입하며, 이 세포들이 뇌 속에 안착해 도파민을 스스로 생성하게 함으로써 손발 떨림과 보행 장애를 완화한다.

실제 교토대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세포 이식 2년 후 환자 6명 중 4명에게서 명확한 증상 호전이 확인됐고, 특히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일어서고 걸음을 뗄 수 있을 정도의 극적인 신체 능력 회복이 보고됐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영상 진단을 통해서도 이식된 세포가 뇌 내에 안정적으로 머물며 실제로 도파민 수치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약물 요법이 효능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인 이상운동증 등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에게 뇌 세포 자체를 보충하는 근본적인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iPS 세포 의학의 상용화가 조기에 실현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는 심사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사키가케(선구자) 심사제도’가 꼽힌다.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심사 과정을 6개월로 단축하고, 안전성 확인 후 유효성이 추정되는 단계에서 선제적인 시장 진입을 허용한 제도적 유연함이 이번 성과의 결정적 발판이 되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성과를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규제 개혁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야마나카 교수는 이번 성과가 실용화의 중대한 첫걸음임을 강조하며 향후 엄중한 검증 프로세스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 최초 승인은 일본의 줄기세포 기술이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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