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통제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낮출 수 있다는 구상을 참모들에게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6달러, 브렌트유가 60달러 근처에서 거래된 가운데 유가가 6~10달러 가량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심 구상은 PDVSA가 생산하는 원유 대부분을 미국이 확보해 직접 판매·유통하는 방식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자국 내 생산 물량에 더해 베네수엘라 등 해외 진출 기업의 원유까지 합쳐 서반구 전반의 석유 공급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는 베네수엘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동시에 미국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가격 인하를 달성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무기한 판매할 것"이라며 "판매 수익금은 당분간 미국이 통제하는 은행 계좌로 입금된 뒤 추후 베네수엘라 과도 당국에 배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인하를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인하를 정치적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권한대행을 맡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지도부는 미국의 군사 작전에 대해 "양국 관계의 오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PDVSA 역시 미국과 원유 판매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이 구상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기준 유가는 이미 배럴당 50달러 중반대에 형성돼 있으며, 다수 석유·가스 기업은 50달러 이하에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저유가가 셰일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수년간 방치돼 온 베네수엘라의 낙후된 석유 인프라도 변수로 꼽힌다.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저유가 국면에서 셰브런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셰브런과 엑손모빌 등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선별적으로 완화해 제재 대상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이 최근 마이애미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투자에 앞서 강력한 법적·재정적 보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미국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경우 "미국 정부가, 혹은 판매 수입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경영진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형 미국 석유기업의 고위 임원은 FT에 "베네수엘라로 다시 돌아가려면 정부로부터 정말 강력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생산이 늘어나기까지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회사 TWG 글로벌의 아모스 호크스타인 매니징 파트너는 베네수엘라 투자가 법적·재정적·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하면서 미국 석유기업들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베네수엘라 정부와 계약을 맺는 것인지? 그 베네수엘라 정부는 정당한 정부인지? 등을 알아야 한다"며 "3년 동안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매출은 훨씬 나중에 나온다. 그 시점에는 트럼프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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