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원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입법지원실장]
지난 해 11월 27일,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정부 출범 후 첫 신산업 규제합리화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AI는 국가 안보,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는 전략 기술로 평가되며, 국가 간 대규모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는 2026년 AI 예산을 전년도 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0조 1천억 원으로 확대하여 편성하였다. 이 로드맵에서는 전문가 집단과 기업 등과의 논의를 통해 도출된 과제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규제합리화 과제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확정하였다. AI 산업의 주요 규제 이슈는 기술개발, 서비스 활용, 인프라, 신뢰·안전 규범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AI 산업 규제합리화 로드맵에 대하여 분야별로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술 개발
첫째, AI 학습 관련 저작권 데이터 활용의 법적 불확실성 완화와 관련하여,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양질의 데이터 학습이 필요하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공정이용 하는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소송을 통한 판결 전까지는 AI 학습이 법령상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최신 판례와 사례를 분석하여 현행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판단기준과 사례 등을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셋째, 합성데이터(익명정보)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개선과 관련, 힙성데이터는 개인정보 규제가 없어 AI 학습 목적으로 활용하기 적합하지만, 개인정보 재식별 등 과도한 법적 리스크 우려 등으로 활용실적이 부진하다. 이에 정부는 합성데이터 기술 및 활용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익명처리 적정성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여 기업의 법적 리스크를 낮추며, 익명성 검토 체크리스트 등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넷째, AI 친화적 공공데이터 개방 체계 개선과 관련, 정부는 AI 개발 수요 및 기업 수요를 반영하여 「AI·고가치 공공데이터 Top 100」을 선정하여 개방을 추진하고, AI가 학습, 분석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포맷, 메타데이터, 품질 기준 등 ‘AI-Ready 공공데이터’의 세부기준 및 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데이터법상 공공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별법의 제공 예외 규정으로 인해 개방이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관계부처 TF를 구성하고, 공공데이터 개방 및 제공을 저해하는 개별법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비스 활용
첫째, 자율주행 제한구역 규제 합리화와 관련, 자율주행자동차의 시험·연구용 운행을 위해서는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하나, 교통약자 보호구역에서는 자율주행기능을 사용한 운행이 제한된다. 이에 정부는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등을 활용하여 기술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마련할 경우, 교통약자 보호구역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대부분 노선 위주로 되어 있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도시 단위로 과감하게 확대하여 지정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시범운행지구 지정 권한을 부여할 예정이다.
둘째, 유연한 규제 적용으로 인한 AI 로봇 활용 가속화와 관련, 국내외 로봇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기존의 산업 기준과 규제는 전통기술 및 사람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로봇을 활용한 신기술 상용화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주차,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규제를 정비하고, 로봇의 안전성 및 인력 대체 가능성 등을 보다 상세하게 점검할 수 있도록 안전기준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실외 이동 로봇의 경우, 운행안전인증 심사 시 평가항목을 16개에서 8개로 통폐합하고, 심사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셋째, 대국민서비스 AI 활용을 통한 행정적 비효율성 개선과 관련, 현재 신청을 전제로 하는 처분 중 정형적, 반복적 처분의 경우, 행정처리 과정에서 시간적, 인적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세금업무 컨설턴트를 도입할 예정이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하여 상황별, 대상별 상담 및 지원 정책 등을 제안하는 소상공인 AI 도우미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프라 및 신뢰·안전
첫째, 데이터 센터와 관계된 규제 개선과 관련, 현행법상 데이터 센터 내 미술작품 및 승강기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으나, 이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 규제로, 불필요한 운영 비용이 증가하는 등 사업자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데이터 센터의 중요성 및 상주인력이 적고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미술작품 설치장소와 설치 금액을 조정할 계획이다. 더불어 국토교통부는 승강기 설치의무 부과 시, 거실면적 산정기준에 전산실(서버실) 면적은 제외되도록 관련 법령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둘째, 반도체 공장과 관계된 규제 개선과 관련, 현행법에 따르면, 모든 건축물에 소방관 진입창을 2~11층에 각 1개소 이상, 40m 간격으로 설치할 의무가 있으나, 반도체 공장은 일반 건물과 달리 층고가 높아 8층 이상으로는 사다리를 통한 소방관 진입이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층고가 높은 건물의 경우 사다리차 높이 제한 등을 고려하여 층수와 높이가 모두 고려되도록 개선하고, 창을 내기 어려운 경우 수평거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셋째, 고영향 AI 개념 정립을 통한 사업자 책무 부담 합리화와 관련, 인공지능기본법 상 “고영향 AI”란 생명, 신체,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고영향 AI의 개념 및 판단기준이 모호하여 단순히 사용자가 많은 AI 서비스까지 통제될 가능성이 있고, 고영향 AI 사업자의 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고영향 AI 해당 여부에 대한 영역별 판단기준과 고영향 AI의 신뢰성 확보 조치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하위법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다.
넷째, 채용 분야 AI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 인공지능기본법은 채용분야의 AI를 권리·의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고영향 AI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분야의 AI와 관련된 기준이 없어 기업의 혼란과 구직자의 불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AI 채용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업자의 책무, 활용기준 등을 명확히 하여 채용 편향성 등 위험관리방안을 강구하고, 구인 기업이 AI 채용시스템을 보다 책임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로드맵 대응 방향
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은 기존 법제 정비 중심의 로드맵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당면한 규제 이슈를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규제 이슈와 해결방안을 파악하기 위해 규제합리화 토론회를 개최하고 반도체 공장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한 바 있다.
한편,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R&D) 단계뿐만 아니라 AI 기술이 서비스에 활용되는 경우의 규제 이슈 및 AI 산업의 근간인 인프라 분야 등의 규제 이슈 등이 전체적으로 분석되어야 시장육성이 효과적으로 될 수 있다.
AI 분야 규제합리화 로드맵이 전방위적인 규제 이슈 및 과제의 조사를 통하여 다양한 분야별 주요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사업자는 로드맵에 제시된 정부의 계획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로드맵에서 가이드라인이나 관련 기준 마련이 예고된 분야에서는 해당 가이드라인 등 제정 경과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특히 고영향 AI로 분류되는 에너지, 의료, 채용, 금융, 교육 등의 분야에서는 하위법령에 따라 고영향 AI 판단기준과 신뢰성 확보 조치가 마련되는대로 신뢰성 확보 조치 등 법령상 규제에 적합하도록 적극 대응해야 하고, 하위규정 시행 전이라도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지원실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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