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솔하게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다. 만일 사과한다고는 했지만, 애매하다는 느낌을 주거나 복잡한 해석 과정을 요구한다면, 이를 사과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수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1월 7일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잘못된 수단이었다"며 "(당시) 여당으로서 책임이 크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지켜온 당원들께도 큰 상처가 되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과거의 일들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과 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과거의 일"이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일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 대표의 사과가 ‘해석의 과정’을 필요로 함을 의미다. 이런 식으로 사과할 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명확히 선언했어야 했다. 그래야만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순수한 사과라고 여론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는, 그의 표현대로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없다는 점 역시 장 대표는 생각했어야 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부분은 정치 지도자의 언행 일관성이다. 장 대표는 "2024년 12월 3일 밤,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18명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장동혁 대표 역시 해제 표결에 참석한 1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다. 그런데 장동혁 대표는 지금을 기점으로 불과 한 달여 전인 2025년 12월 3일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인사가 계엄은 의회 폭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히더니, 이제는 다시 비상계엄은 잘못된 수단이라고 말하니, 이런 잦은 입장 변화에 대해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장 대표 측은, 과거 발언도 문맥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정치란, 설명을 하면 그 효과가 사라지는 존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맥이 어찌 됐든 대부분의 국민은 장 대표의 일련의 언급이 자주 변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인의 일관성이 여론의 호응을 얻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차원에서, 이는 사과의 효용성을 반감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장동혁 대표의 이번 회견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 당원의 뜻을 물어 당명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언급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발언이 또 있다. "'이기는 선거'를 위해 폭넓게 정치연대도 펼쳐나가겠다"고 장 대표가 말한 부분이다. 해당 언급을 하면서 장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를 막아내는 데 뜻을 같이한다면, 마음을 열고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이 세 가지 언급을 함께 연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잠깐 정치인의 의상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성 정치인들이 중요 행사에 나갈 경우, 넥타이 색깔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맸는데, 이는 상대를 배려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여야 간 화합 필요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회견에서 장동혁 대표가 맨 넥타이 색깔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동혁 대표는 회견 당시 국민의힘의 상징인 붉은색 넥타이 대신, 개혁신당의 상징색인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물론 장 대표가 별 생각 없이 주황색 넥타이를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얼마든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개혁신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넥타이를 착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가능할까?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연대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언급하지 않는 국민의힘에 대해, 개혁신당이 당장 연대 제스처에 호응할 것 같지는 않다.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개혁신당의 입장에서 ‘이런 모습’의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고려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연대는, 당 대 당 선거 연대가 아니라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자발적 판단'에 입각한 연대 정도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지방선거는 다가오는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고, 당이 후보들을 충분히 뒷받침해 주기 힘든 상황이 초래되면, 그때는 개혁신당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고 당 대 당 차원의 연대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동혁 대표의 입장에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혹은 합당을 이루고 당명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상태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번 장동혁 대표의 쇄신안이 어느 정도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사과를 계기로, '윤석열의 늪에 빠진 국민의힘'이 갑자기 회생할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탄핵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인사들이 국민의힘에 합류하거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의 쇄신안이 과연 어느 정도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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