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잃은 시장, 힘 빠진 정책] 정책 신호-시장 반응 괴리 심화…당국 불신이 만든 '엇박자'

  • 한은 기준금리 인하·동결했는데 주담대 금리는 상승

  • 환율, 구두개입·세제혜택에도 달러당 1500원선 위협

  • 국내 정책만으로 시장 안정화 제한…대외변수도 영향

20일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44원 오른 달러당 14781원에 마감했다 사진KB국민은행
20일 원·달러 환율이 전일 대비 4.4원 오른 달러당 1478.1원에 마감했다. [사진=KB국민은행]

금융당국이 불안한 거시경제 지표를 안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 카드를 내놓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와 환율 모두 당국의 메시지와 역방향으로 흐르면서 전통적인 정책 수단 효과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신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금융시장이 사실상 통제 범위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30∼6.297%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과 비교해 하단이 0.01%포인트, 상단은 0.097%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2.50%로 5회 연속 동결했는데도 주담대 금리는 계속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동결 결정 직후인 15~16일 이틀 만에 0.083%포인트 급등해 주담대 금리는 당분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이번 인하 사이클 종료 신호가 곧 통화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도 채권시장에서는 적정 금리 수준을 확인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승훈 KB금융연구소 금융경제연구센터장은 "국고채 등 시장금리가 당분간 높은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금리 여건, 재정 부담, 환율 변동성 등이 장기 금리의 하방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정부의 대응 여력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가 구두개입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환율이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여파로 1429원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78.1원에 마감하며 시장개입 이전 수준(지난해 12월 24일 장중 1484.9원)에 근접했다.

민간 고용 부진과 내수 약화가 만든 구조적 부담이 커졌고, 글로벌 자본 이동과 파생거래 확대로 외환시장 구조 자체가 변했음에도 정부가 국민연금 환헤지나 세제 지원 같은 보조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일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책 메시지가 반복될수록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 의지를 '방향 전환 신호'가 아닌 '방어선의 한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통화·재정 정책 변화 등 대외 변수도 국내 정책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추후 글로벌 긴축 완화 기대와 달리 달러 강세가 재부각되거나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내 정책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원화 약세는 △엔화 약세 △트럼프 대통령발(發) 각종 뉴스 △국내 달러 수급 등 다양한 재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잇따른 외환 수급 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원화 약세 심리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