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로 가자"… 방탄소년단이 띄운 경제의 닻

The staircase of the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in Jongno-gu Seoul is decorated with promotional materials for BTS which is set to return with its fifth full-length album in March on Jan 72026 AJP Yoo Na-hyun
The staircase of the Sejong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in Jongno-gu, Seoul, is decorated with promotional materials for BTS, which is set to return with its fifth full-length album in March, on Jan. 7.2026 AJP Yoo Na-hyun
지구 반대편에서 결제 버튼이 눌렸다. 지난 22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일정이 발표된 직후 벌어진 일이다. 파리의 대학생도, 뉴욕의 직장인도, 상파울루의 10대도 동시에 스마트폰을 켰다. 그들이 가장 먼저 연 것은 음원 사이트가 아니라 항공권 예약 앱이었다. 목적지는 ‘ICN(인천)’ 혹은 ‘GMP(김포)’. 망설임은 없었다. 4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전해진 ‘완전체’ 소식은 전 세계 수백만 아미(ARMY)를 서울행 비행기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력한 소환장이 되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문화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거대한 ‘이동’이며, 동시에 자본의 흐름이다. 팬데믹 이후 한동안 멈췄던 글로벌 인적 교류의 닻을, BTS라는 문화의 배가 다시 힘차게 들어 올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동안 우리는 K-팝을 ‘수출 효자 상품’으로 불러왔다. 앨범을 해외로 보내고, 음원을 송출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제조업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BTS의 이번 귀환은 K-팝의 경제학적 패러다임이 ‘수출(Outbound)’에서 ‘유입(Inbound)’으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분명한 변곡점이다.

항공권을 끊는다는 행위의 함의는 가볍지 않다.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것은 단순히 공연 티켓값 15만 원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서울의 호텔에서 잠을 자고, 홍대의 식당에서 삼겹살을 굽고, 명동에서 화장품을 쓸어 담고, 성수동의 카페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3박 4일, 혹은 일주일 이상 한국에 머물며 지갑을 여는 ‘체류형 관광’의 실현이다.

여행업계의 데이터는 정직하다. BTS 공연 전후로 서울행 항공권 검색량은 폭증했고, 도심 호텔 예약률은 성수기를 방불케 한다. 반도체를 팔아 벌어들이는 돈이 기업의 곳간을 채운다면, 이들이 뿌리고 가는 돈은 택시 기사와 식당 주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골목 상권의 모세혈관으로 직접 흘러 들어간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낙수효과’이며, 내수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그들이 보러 오는 것이 서구화된 세련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BTS가 들고 나온 정규 5집의 타이틀은 ‘아리랑(ARIRANG)’이고, 무대는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일대로 예고됐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와 가장 한국적인 공간. 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거부하기 어려운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프랑스의 에펠탑이나 영국의 버킹엄궁전처럼, 이제 경복궁과 광화문은 BTS라는 스토리텔링을 입고 전 세계 Z세대가 반드시 찾아야 할 문화 성지로 격상된다. 영국 가디언의 분석처럼, K-팝이 본연의 정체성인 ‘한국다움’을 전면에 내세운 선택은 전략적으로도 탁월하다. 팬들은 단순히 스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스타를 길러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 ‘경험 소비’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인바운드 관광의 핵심이다.

정부는 ‘2027년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쳤고, 엔저를 앞세운 일본에 밀려 고전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BTS의 컴백은 천군만마에 가깝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찾아 문화의 힘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의미가 있다.

수십만 명의 글로벌 팬덤이 한꺼번에 서울로 몰려올 때, 우리의 인프라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인천공항 입국 심사의 대기 줄은 얼마나 길어질 것인가. 공연장 인근 숙박업소들이 특수를 이유로 ‘바가지요금’을 매기지는 않을까. 다중 밀집 지역의 안전 관리는 이태원의 교훈을 잊지 않고 철저히 준비됐는가.

비행기 표를 끊고 달려온 그들을 우리는 ‘손님’으로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BTS가 무대 위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로 국격을 높인다면, 무대 아래에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성숙한 시민 의식과 쾌적한 관광 인프라로 화답해야 한다.

불편한 교통, 언어 장벽, 불친절한 서비스는 팬심마저 돌아서게 만든다. 반대로 깨끗한 거리와 친절한 미소, 안전하고 편리한 시스템은 그들을 일회성 관람객이 아닌 ‘한국을 사랑하는 재방문객’으로 만든다. 관광 산업의 승부는 결국 재방문율에서 갈린다.

다시 말해, 세계가 한국을 부른 것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를 불렀다. 3월의 서울 하늘길은 어느 때보다 분주해질 것이다. 항공권 예약 확정 메일을 받은 전 세계의 아미들은 이미 짐을 싸며 설레고 있을지 모른다. 그 설렘이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업계는 비상한 각오로 손님 맞이에 나서야 한다.

문화가 경제를 견인하고, 노래 한 곡이 수만 명을 바다 건너오게 만드는 기적. BTS는 다시 경제의 닻을 올렸다. 이제 그 배에 올라타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르네상스를 향해 노를 젓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티켓은 이미 발권됐고, 비행기는 곧 이륙한다. 우리는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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