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2’가 종영했음에도 프로그램이 남긴 여운과 ‘감칠맛’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시즌 1부터 챙겨본 시청자로서 이번 시즌 역시 재료와 조리법을 따라가는 재미가 컸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즌2가 시청자에게 던지는 사색의 질문이다. 그 질문은 예능 프로그램의 진화를 넘어, 지금 금융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떠올리게 했다.
시즌1이 흑과 백, 계급에 속한 셰프들 간의 ‘계급 전쟁’이었다면, 시즌2는 같은 재료를 두고 누가 더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는가를 겨루는 무대라 느껴졌다. 판체타나 콩피처럼 낯선 조리법과 식재료들이 등장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재료의 희귀함이 아니었다. 같은 감자와 같은 생선을 두고도 누군가는 평범한 요리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그 차이는 재료를 바라보는 해석의 깊이와 이를 구현하는 정교함에서 비롯됐다. 그야말로 ‘감칠맛’을 완성하는 해석의 전쟁 무대였다.
이 무대는 필자가 속한 온투금융 산업이 그려가는 현재의 지형과도 닮아 있다. 오랫동안 금융은 신용등급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개인을 정형화해왔다. 과거의 거래 이력과 연체 여부, 보유 자산이 신용의 거의 전부였고, 이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금융의 본능에 부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신용은 점수라는 결과값으로 고정된 채, 시간이 흘러도 쉽게 다시 해석되지 않았다. 마치 재료의 상태나 손질 과정을 보지 않고 완성된 접시만으로 요리를 평가하는 것과 같았다.
이 지점에서 AI 신용평가는 요리 방식 자체를 바꾼다. 신용점수가 결과라면, AI 신용평가는 정형화된 금융 데이터뿐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조리 과정을 들여다본다. 소득의 단순한 규모보다 정기성과 안정성, 변화의 방향을 읽고 연체라는 단편적 사건보다 거래의 리듬과 패턴을 해석한다. 기존 대출의 형태와 지속성, 매출의 계절성, 리스크가 발생하는 조건 등을 서로 다른 재료처럼 손질하고 조합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료의 출신이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재료를 어떻게 다뤄 최상의 감칠맛을 끌어내는가이기 때문이다.
감칠맛은 단순히 강한 맛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가 정교하게 이어질 때 비로소 느껴지는 깊이다. 개별 데이터를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서로 다른 맥락과 흐름을 읽어 풀리지 않는 구조로 엮어내는 AI 신용평가는 신용평가의 복합적인 감칠맛을 찾아가는 기술적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신용을 더 후하게 평가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재료를 살피고, 리스크를 배제의 이유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요소로 다루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치 같은 식재료라도 불과 시간, 조리 순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요리가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혹자는 이러한 접근이 아직 선언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온투금융업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AI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신이 운용돼왔다. 나아가 필자의 회사는 지난 8개월간 585억원에 이르는 저축은행 투자금을 조달해 평균 신용점수 700점대의 중저신용자에게 가중평균금리 10.85%의 중금리 대출을 실행했음에도 현재까지 연체는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AI 금융기술이 신용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닌 신용을 보다 정교하게 해석하고 예측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결국 AI 신용평가에 기반한 생산적 금융이란 신용이라는 원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조합해 최상의 결과값으로 완성하느냐의 문제다. 흑백요리사 시즌2의 수많은 대결이 보여주었듯 이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출신이나 간판이 아니라 해석의 깊이다. 하나의 지표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여러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엮일 때 비로소 드러나는 신용의 본질, 그 ‘감칠맛’을 찾아가는 기술의 여정이 지금 새로운 신용사회 시즌2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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