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새로운 '혁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인가전이 막바지 문턱에서 진흙탕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의 기술·사업성 심사를 이미 마치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분위기다. 특히 탈락이 유력시되던 특정 컨소시엄의 반발에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인가 원칙·절차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STO 장외거래소 사업 인가 미룬 금융당국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에 조각투자 장외 거래소 예비 인가 안건은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2주 동안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신청한 3개 컨소시엄에 대해 두 차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9월 장외거래소 인가 설명회를 열고 10월 신청 접수를 마쳤다. 이어 12월에는 외평위의 비공개 심사까지 진행했으며, 지난 1월7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까지 마친 상태다. 이에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점쳐졌으나 안건 상정을 하지 않은데 이어 이날도 다시 한번 미룬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조각투자 관련해서는 금융위 인가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여기서 직접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과정이 굉장히 공정하고 투명해야 된다"고만 말했다. 이어 "결과가 나오면 소상하고 상세하게 최대한 설명을 하겠다"고 했다.
법제화도 끝났는데 왜 자꾸 미뤄지나?
금융위 인가가 미뤄지는 배경에는 루센트블록이 주도하는 '소유 컨소시엄'이 있다. 이번 인가전에는 한국거래소 중심의 KDX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그리고 루센트블록의 '소유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이 탈락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그러자 루센트블록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득권에 밀려 혁신기업이 배제됐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들만 혁신기업일 뿐, KRX컨소시엄과 NXT컨소시엄은 기득권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가세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STO 장외거래소) 인허가 절차에 대해서는 의심도 많고 걱정도 많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게, 공정하게 (해야 한다.) 떨어지는 사람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니까 납득할 수 있게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루센트블록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서 금융당국과 이 문제를 논의 중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최대 2곳에 예비인가를 주기로 했던 원칙을 뒤집고 3개 컨소시엄에 모두 예비인가를 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관련 업계에선 불만이 터져나온다. 토큰증권 법안은 금융위가 2023년 2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제화가 마무리되자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발행·유통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갔고 장외거래소 인가는 제도화의 첫 단추로 꼽혔다. 그런데 특정 컨소시엄의 반발에 예비인가 절차가 '올스톱' 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쏟아진다.
"나만 혁신기업"이라는 루센트블록 주장은 타당한가?
관련 업계에선 루센트블록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자신들을 '혁신기업의 대표주자'로 내세우면서 이번 인가전을 '기득권 대 혁신기업' 구도로 몰아가는 행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실제로 샌드박스를 통해 조각투자 사업을 운영해온 혁신기업은 루센트블록만이 아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는 2019년 12월, 펀블은 2021년 5월, 음악저작권 조각투자 업체 뮤직카우는 2022년 9월 각각 샌드박스에 지정돼 실제 사업을 영위해왔다. 현재 카사와 펀블은 한국거래소 중심의 KDX 컨소시엄에, 뮤직카우는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루센트블록이 샌드박스에 지정된 시점은 2021년 4월로, '최초'나 '유일한' 혁신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루센트블록을 과거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와 비교하는 시선도 있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기존 택시업계와의 충돌 속에서 사회적 합의에 실패하며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후 법 개정으로 제도권 편입의 길이 열렸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타다는 기술력을 보유한 혁신기업의 사업 모델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며 규제 합리화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사례"라며 "반면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은 이미 금융당국 주도로 제도화 트랙이 마련된 상황에서 특정 사업자가 절차 결과에 불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을 이유로 절차 자체를 흔드는 것이 과연 시장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어떤 결론 나오든 '원칙 훼손' 논란 불가피할 것"
업계에서는 "이 시점에서 절차를 원점으로 돌리거나 기준을 바꾼다면 또 다른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관계자는 "다른 샌드박스 기업들은 금융당국 기준에 맞춰 이미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기다리고 있다"며 "조각투자 시장이 막 제도권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금융당국은 '신중한 검토'를 내세워 인가를 지연하고 있으나 향후 정례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번 장외거래소 인가전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절차와 원칙이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를 남기게 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가 당초 '최대 2곳에 예비인가를 준다'는 원칙을 뒤집을 경우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꺼면 왜 신청을 받고, 외평위와 증선위 논의·의결 절차는 왜 거쳤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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