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민주시민교육, 필요한 만큼만 가르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

교육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형 선거 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내기 유권자 교육과 민주주의 선거교실을 운영하고,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 문해 교육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 역량을 키우겠다는 취지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다.

만 18세 선거권, 만 16세 정당 가입 허용이라는 제도 변화 속에서 학생들이 최소한의 헌법·선거 지식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딥페이크와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정보의 사실 여부를 가려내는 능력은 시민의 기본 역량이 됐다. 이런 점에서 민주시민교육 강화는 시대적 요청에 가깝다.

그러나 선거 교육은 다른 어떤 시민교육보다도 엄격한 원칙 위에서 다뤄져야 한다. 교육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것이지, 정치적 판단을 유도하거나 가치 선택을 대신해주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표의 의미’와 ‘선거 제도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과 특정 쟁점이나 정치적 태도를 다루는 것은 분명히 다른 문제다.

교육부가 “교육 시수는 늘어나지 않으며, 선관위 전문 강사가 중립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한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선의의 정책일수록 정치적 중립성과 절제의 원칙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과 성공 과제
민주시민교육과 성공 과제

특히 학생의 ‘민주시민 역량’을 측정하겠다는 계획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 효과를 점검하기 위한 지표라고 하더라도 시민성이나 민주적 태도를 수치화하려는 시도는 교육 현장에 불필요한 부담과 오해를 남길 수 있다. 민주주의는 평가의 대상이기보다 경험과 학습의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교육의 핵심은 무엇을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데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도 거기까지다. 그 선을 넘는 순간 교육은 신뢰를 잃는다.

민주주의는 가르칠 수 있지만, 정치적 선택까지 대신 가르칠 수는 없다. 민주시민교육이 사회적 합의를 얻기 위해서는 그 한계를 스스로 엄격히 설정하는 절제부터 필요하다. 기본과 원칙, 그리고 상식의 선을 지킬 때 이 정책은 비로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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