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행정통합이 ‘백년대계’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냉랭하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320만 시·도민의 삶의 구조와 수만 명 공직자의 생존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시·도민과 공무원들의 의견은 배제됐고, 충분한 정보 제공과 사회적 합의 절차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 2026년 1월 28일 열린 전남도청 직원 대상 행정통합 설명회를 계기로 폭발했다. 해당 설명회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전남도가 그동안 통합을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전남도가 수차례 “통합으로 공무원 신분상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기존 입장과 달리, 설명회 현장에서 경제부지사는 행정안전부를 언급하며 신분상 불이익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약속은 설명회 하루 만에 뒤집혔고, 책임은 중앙정부로 전가됐다.
문제는 발언의 내용만이 아니었다. 불이익 방지 대책을 묻는 노조 측 질의에 대해 경제부지사는 구체적인 설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질문의 방식과 태도를 문제 삼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에서는 “정책 설명회가 아니라 복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힘없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입을 틀어막는 분위기였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통합의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설득도, 대안도 아닌 ‘감내하라’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청열린공무원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전남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조는 통합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 합의 절차를 준수할 것, 통합으로 인해 행정서비스가 후퇴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세밀한 설계도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주 청사와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싼 갈등 해소 방안, 전남도의 흡수통합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적 장치 마련, 공무원 노동자의 신분 보장과 근로조건 개악 방지를 명문화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통합 이후 인력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노조의 참여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현재 논의 구조가 얼마나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무원들의 문제 제기를 봉쇄하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 경제부지사의 사퇴를 요구했으며, 신분상 불이익 문제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꿔온 집행부의 공식 사과도 함께 요구했다. 행정통합이 몇몇 정치인의 치적 쌓기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시·도민의 삶과 공무원 노동자의 생존권은 정치적 성과보다 훨씬 무겁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조는 전남도가 이러한 요구를 외면한 채 일방적인 통합을 강행하고 공무원 노동자의 희생을 당연시할 경우, 전남·광주 시·도민과 연대한 14만 공노총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과 총궐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압박성 발언을 넘어, 행정통합 논의 전반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백년을 내다본다는 행정통합이 오늘의 질문과 불안을 외면한다면, 그 통합은 미래가 아니라 부담으로 남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도이며, 강행이 아니라 합의다. 전남·광주 행정통합이 진정한 ‘백년대계’로 남을지, 아니면 저항의 불씨를 키운 정책 실패로 기록될지는 전남도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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