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경제의 민낯] 올 성장률 IT 빼면 1.4%…한은 총재 "금리인하 적절 수단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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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형적으로 기댄 ‘K자형 성장’ 회복세 속에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만으로 성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는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취약 부문의 부작용을 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그러나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통신(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 성장률이 2.0%까지 오를 수 있지만 그만큼 경기 변동성이 반도체 사이클에 과도하게 연동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의 특정 산업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반올림 기준 1.0%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도 반도체 수출 호황이 없었다면 성장률은 0.4%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IT 산업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였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기여도만 0.9%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고용과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업과 석유화학·철강·기계 등 전통 제조업은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건설투자는 약 10% 감소하며 연간 성장률을 1.4%포인트 끌어내렸다.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지난해 성장률은 2.4%에 이른다.

불안한 성장 흐름 속에서 일각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한국은행은 K자형 성장 문제를 금리로 해결하려 한다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주최 ‘글로벌 매크로 콘퍼런스’ 대담에서 “금리는 K자형 회복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며 “재정정책과 여타 제도 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저소득층 부담을 일부 완화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이자 비용 절감 혜택 대부분은 더 많은 자금을 차입한 부유층과 대기업에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웃풋 갭(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격차)이 크고 실업률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런 국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로 뒷받침하지 못한 경기는 대출 지원 제도로 보완할 방침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1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융중개지원대출인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14조원) 운용 기한을 이달 말에서 7월 말로 6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경기 회복이 더딘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 취약 부문에 선별적으로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1월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하청 구조가 발달한 만큼 철강·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확대되며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중개지원대출은 K자형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통화정책이라는 무딘 칼의 부작용을 중화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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