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용의 재계비화] 주당 70만원에서 2500원 대폭락...SK그룹, 위기의 하이닉스 구원투수로

  • SK하이닉스 HBM 성공신화 (1)

  • 최태원 "내가 밀고 가겠다"...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결정

  • SKT 자금 투입해 경영 안정화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M16.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연일 상승하며 주당 93만원에 도달했다.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넘어 120만원에 도달할 것이란 장밋빛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AI 학습·추론에 필수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 1위인 것이 주가 폭등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HBM 개발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돈도 되지 않는 제품을 왜 개발하느냐'는 외부 냉소가 끊이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한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이 HBM 연구·개발진을 믿고 지원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SK하이닉스의 성공 신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에 인수되어 AI 메모리 시장 1위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3부작으로 살펴보자.

1) 주당 70만원에서 2500원 대폭락...SK그룹, 위기의 하이닉스반도체 구원투수로
2) 기술·수요 미비했던 HBM, 가능성 엿보고 전폭 지원
3) AI 메모리 1위에서 AI 낸드 1위로...SK그룹 핵심으로 '우뚝'

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11년 13조원대였던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26년 2월 기준 600조원 이상으로 46배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97조1467억원,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한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에 등극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러한 성과를 결코 순탄하게 얻은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2000년대 들어 외환위기와 반도체 빅딜, IT버블 붕괴 등의 악재를 거치며 회사는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하이닉스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일으킨 두 번째 메모리 치킨게임으로 인해 조 단위 영업손실이 누적된 상황이었다. 이미 독일의 메모리 업체 키몬다는 파산 선언을 하고 경쟁에서 낙오했다. 모두가 그다음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차례라고 우려했다. 

결국 채권단 관리 아래 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닉스반도체에 관심을 가진 곳은 오늘날의 경쟁사 중 한 곳인 마이크론이었다. 하지만 하이닉스반도체를 미국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는 인수 제안을 거부하고 독자 생존의 길을 택한다.

결국 이사회는 2003년 생존을 위해 채권단의 동의 아래 21대1 균등감자라는 한국 기업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결정을 내린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천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는 감자를 반대하는 주주들의 반발로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이 오가는 것은 기본이고 주주와 회사 측 경호원의 몸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단상의 경영진을 향해서는 계란 세례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LG반도체와 현대전자 합병 당시 주당 70만원대를 넘나들었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는 주당 2500원짜리 동전주로 전락하고 만다.

치킨게임이 끝나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상황도 서서히 나아졌다. 삼성전자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정도의 재무적 체력을 회복했다. 메모리 시장도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다.

아니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세 번째 메모리 치킨게임을 일으켰고, 이번에는 일본 엘피다가 제물이 되어 사라졌다. 역설적으로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관리 아래 보수적인 운영 기조를 유지했기에 적자 폭을 최소화하며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반도체가 생존하려면 든든한 자본적 배경을 갖춘 새로운 주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09년에 들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효성그룹이 도전했으나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져 인수를 포기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옛 주인이었던 LG그룹은 스마트폰 시장 경쟁으로 인해 재무적 여력이 없어 참가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도 비용 부담에 인수 절차를 중도포기했다.

결국 재계 애물단지가 될 위기에 처한 하이닉스반도체를 품은 곳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의 인수 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위해 실사에 착수하자 그룹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다가 매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SK그룹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그룹 내부 반대를 뿌리치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밀어붙였다. 메모리 사업자가 셋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SK그룹의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가 시장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배경에 있다.

이후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대 짜낸 고도의 경영 기법들이 SK하이닉스 인수에 투입됐다. 우선 지주사인 SK(주) 대신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를 지원하기 위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기반으로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사내유보금을 비축한 SK텔레콤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인 이유다. 

이어 채권단을 설득해 구주 인수를 최소화하고 신주 인수 비율을 확대해 하이닉스반도체에 2조3000억원의 운영자금을 지원했다. 이 자금을 토대로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신규 설비 증설에 나서며 기업 정상화를 꾀할 수 있었다.

재계 서열 3위(2010년대 기준) SK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생기면서 SK하이닉스는 회사로 유입되는 인재풀이 탄탄해지고, 신용등급 향상으로 자금조달도 수월해졌다. 이는 2017~2018년 빅테크의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증설로 촉발된 업턴(호황)에 올라타며 회사의 완전한 정상화를 이뤄내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부에서 계속.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