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중기직설] '중통령' 장기집권?...누구를 위한 '위인설법'

  • 3연임 초읽기...견제 없는 장기집권은 '독'

  • 특정인 카리스마 의존, 차세대 리더 육성 실패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사진=중소기업중앙회]
<편집자 주>
[정연우의 중기직설]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사다리를 가로막는 기득권과 정책적 모순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중소기업의 아픔과 현실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꼬집겠습니다. 


최근 중소기업계가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는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발의와 동시에 '특정인을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날 선 비판의 중심에 섰다.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계에서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린다. 800만이 넘는 중소기업을 대변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제 회의·행사에 참석한다. 부총리급 의전을 받으며, 대통령 해외 순방에도 거의 매번 동행한다. 그런 자리의 빗장을 완전히 풀겠다는 발상은 사회가 그토록 외쳐온 '세대교체'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장기집권' 길 터준 개정안... 징검다리 5선도 초읽기?
논점은 명확하다. 현행법은 회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되 딱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 '1회 한정'이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사실상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도록 길을 텄다. 이른바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듦)' 논란이다. 만약 법이 바뀌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또다시 출마해 당선된다면, 개인 통산 5번째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사실상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을 넘어 '장기 집권'을 꿈꾸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문 회장은 지난 23·24대(2007~2015년) 회장을 지낸 뒤 4년의 공백을 거쳐 다시 26대 회장으로 복귀했고, 현재 27대 연임 임기를 수행 중이다. 내년 2월이면 그의 누적 재임 기간은 무려 16년에 달한다. 법안이 통과돼 그가 한 번 더 선거에 나선다면 재임 기간은 20년을 채우게 된다. 

연임에 찬성하는 측은 대내외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낼 만한 중량감 있는 인물이 김 회장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김 회장 체제 하의 중기중앙회가 지난 16년간 '차세대 리더 육성'에 실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건강한 조직이라면 시스템에 의해 새로운 인재가 발굴되고 교체돼야 한다. 

중기중앙회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근 중앙회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가 연임 제한 폐지에 반대했다는 결과는 조직 내부에서조차 위기감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장기간 머물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 바로 내부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연임 안 한다' 선언...'맞춤형 입법' 모순
비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무역협회 등 타 경제단체장은 연임 제한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며 "특정인의 3연임을 위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김 회장 측도 언론을 통해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산인지, '진심 어린 퇴진' 결단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작 국회에서는 법안 처리의 시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진심으로 출마 의사가 없다면 법안 철회를 요청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법 개정은 방관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두고 법안 통과 후 '업계의 간곡한 요청'을 명분으로 다시 등판하려는 전형적인 정치적 언어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납품대금 연동제 도입 등 김 회장이 쌓은 공로를 부정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하는 뒷모습은 그간 쌓아온 공든 탑을 무너뜨릴 뿐이다. 지금 중기중앙회에 필요한 것은 20년 전의 성공 방정식에 갇힌 '올드 리더'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을 수 있는 '뉴 리더십'이다. '중통령'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장기집권이 아닌 제때 물러날 줄 아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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