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바이오 데이터, 국가 승인형 개방 체계 마련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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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풍부하고 질 높은 바이오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활용하면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위해 '국가 승인형 바이오 데이터 개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9일 공개한 '첨단 바이오헬스 육성 방안'에 따르면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5년간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연평균 5.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혁신 신약과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서 선도국에 뒤처진 상태다. 실제로 세계 매출 상위 30위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없고, 국내 1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28억 달러)도 글로벌 상위 3개 제약사 평균(578억 달러)의 5% 수준에 그친다.

원천기술 부족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2016∼2023년 미국 내 바이오헬스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9위에 그쳐 전체 분야 순위(4위)를 밑돌았다. 2024년 의약품 개발 기술 수준도 미국과 3.6년의 격차가 벌어져 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상대적 기술 우위가 희석된 상황이다.

다만 한은은 AI를 통해 추월의 발판을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AI가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면서 우리나라가 기존 혁신 생태계의 한계를 넘어설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AI는 신약 개발 기간을 30~50% 단축하는 등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낮추고, 정밀의료·수술 보조 로봇 등 신시장을 창출해 선도국을 따라잡거나 앞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은은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수집된 5000만 인구의 건강보험·병원 임상 데이터는 'AI 시대의 다이아몬드'라고 평가하며, 세계적으로 희소성이 높은 국가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출원 AI 특허와 FDA 승인 AI 의료기기 건수 모두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AI 기술력도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데이터 활용은 여전히 저조하다고 진단했다. 데이터 활용의 위험과 비용은 정보 주체(개인)와 수집 관리자(병원)가 부담하는 반면 이익은 활용자(기업·연구자)와 사회 전체로 분산되는 '인센티브(혜택·보상) 불일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은은 해법으로 '국가 승인형 바이오 데이터 개방 체계'를 제시했다. 사전 심사를 통해 법에서 정한 공익성 요건을 충족한 연구에 한해 데이터 활용을 승인하되, 승인된 연구에는 사전 동의 면제 등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 유통을 지원해 인센티브 불일치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성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국가 승인 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의 'Health Data Access Bodies'와 같은 별도의 전담 기구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기구는 독립성, 전문성,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갖춰야 하며 데이터의 직접 관리보다 민간의 데이터 생태계를 지원하는 시장 조성자이자 신뢰 보증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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