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 개화에 따른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최대 성과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생태계 하단을 떠받치는 동종 업계 중견·중소 기업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가 심화하면서 인력 신규 유입은커녕 있던 일손까지 떠나갈 위기에 놓여서다.
10일 반도체 팹리스(설계) 분야 매출 상위 10개사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곳 중 1곳은 국내 이공계 분야 1인당 평균 연봉을 크게 하회했다. 매출 3위를 기록한 제주반도체 7400만원을 비롯해 텔레칩스 7291만원, 앤씨앤 5900만원 등으로 각각 공시됐다. 삼성전자(1억3000만원), SK하이닉스(1억17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공계 학위 취득자의 취업 후 10년차 평균 연봉은 9740만원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설계 분야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팀장급 엔지니어 3명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결국 팀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게 됐다"면서 "상여금 규모나 승진에 따른 임금 인상 폭이 우리가 경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니 업황은 좋지만 내부 분위기는 기업별로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중견·중소 반도체 기업의 직원 수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팹리스 매출 1위 LX세미콘의 경우 2020년 1026명에서 2024년 1460명으로 증가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역시 2020년 139명에서 2024년 333명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착시 효과'라며 씁쓸해 한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석사급' 이상의 학력 요구가 일반적인데 최근 고학력 인재들의 중견기업 이하 일자리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채용 허들이 '학사급'으로 내려간 데 따른 결과물이란 것이다.
한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열악한 연봉 탓에 전문 엔지니어 채용이 녹록지 않다 보니 막 학부를 졸업한 이공계 출신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이들이 당장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팹리스 업체 관계자 역시 "사업 프로젝트를 주도할 책임급 이상 엔지니어가 귀해져 조직 내 전무 3년차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무를 도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파운드리, 패키징, 소부장 분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두산테스나의 경우 직원 규모가 2020년 264명에서 2024년 748명으로 3배 늘었지만 평균 연봉은 되레 6433만원에서 5800만원으로 줄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을 핵심 고객사로 삼고 있는 한미반도체는 5669만~5937만원으로 연봉 수준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
홍성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소부장 분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생태계이지만 한국의 경우 특정 대기업이 업계 인력 대부분을 빨아들이는 기형적 구조"라며 "대기업도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인 상황이라 엔지니어 품귀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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