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패배가 아니라, 기본을 잊을 때다. 요즘 국민의힘 지도부가 서울시장 선거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 당이 과연 선거를 해본 집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천의 목적은 분명하다. 당선될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공천은 구호가 아니고, 이벤트가 아니며, 당권을 과시하는 도구도 아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더 그렇다.
서울은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이며, 서울에서의 승패는 전국 선거의 예고편이다. 이 선거를 두고 '뉴페이스'니 '뉴스타트'니 하는 말이 가볍게 오간다면, 그 자체로 이미 정치의 무게를 모른다는 뜻이다.
장동혁 대표가 말하는 '뉴페이스·뉴스타트'는 듣기에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 말 속을 들여다보면, 선거에 대한 고민도, 행정에 대한 이해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는 것은 공천권자의 시선, 다시 말해 당내 권력의 언어뿐이다. 정치는 슬로건이 아니라 판단인데, 장 대표의 발언에는 그 흔적이 전혀 없다.
서울시장 후보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새로움이 아니다. 준비됨이다. 서울시는 연간 예산 50조 원이 넘는 거대 행정 조직이다. 산하기관 수십 곳, 이해관계자 수백만 명이 얽혀 있다. 여기서 한 번의 정책 결정은 곧 국가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런 도시를 맡길 사람을 고를 때, '얼굴이 새롭다'는 이유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냉정하게 보자. 지금 거론되는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들 가운데, 서울시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즉시 집행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있는가. 이런 면에서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들 역시 서울시정을 총괄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 솔직히 말해, 오세훈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서울시장을 '해본 적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그 차이는 선거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오세훈은 이름이 익숙하다는 이유로 새로움이 없는 정치인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게으름이다. 그는 스캔들이 없고, 말이 가볍지 않으며, 무엇보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서울을 실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실패의 경험과 재도전의 시간을 모두 통과했다. 행정의 속성과 정치의 한계를 몸으로 배운 사람이다. 이런 인물을 두고 새롭지 않다고 말한다면, 한국 정치에서 새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은 누구 한 사람의 리더십에 따라 흥망이 갈릴 만큼 가벼운 도시가 아니다. 그러나 그 10년 동안 도약의 속도가 늦춰진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은 정체됐고, 민간의 활력은 위축됐다. 그 뒤에 들어와 흐트러진 질서를 정비하고 행정을 복구한 사람이 오세훈이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뉴페이스'를 말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무지이거나, 의도적인 삭제다.
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안다. 서울시장 선거는 당내 질서 과시용 무대가 아니라, 민심의 시험대라는 것을 안단 말이다. 여기서 지면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실험해봤다'는 말은 패배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선택의 기술이다. 언제 바꾸고, 언제 지켜야 하는 지를 아는 것이 정치다. 지금 바꿔야 할 것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다. 지금 지켜야 할 것은 이길 수 있는 후보다. 그 판단을 못 한다면, 문제는 후보가 아니라 지도부의 정치 역량이다.
공천은 실험이 아니다. 서울은 연습장이 아니다. 당선될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아직 정치를 배워야 할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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