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 상장사 나우코스의 상장폐지 절차가 본격화됐다.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최대주주의 공개매수에 대해 이사회 만장일치로 찬성하면서다. 연 매출 600억원을 돌파한 우량 기업임에도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려온 나우코스는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사 지위를 내려놓고 경영 효율성 제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우코스 이사회는 지난 9일 최대주주 아스테리온홀딩스가 제안한 공개매수에 찬성 의견을 냈다. 이번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300원이다. 이는 공개매수신고서 제출 전 거래일인 1월 23일을 기준으로 최근 1개월 가중산술평균종가, 최근 1주일 가중산술평균종가, 그리고 당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산출된 기준주가(5761원) 대비 약 44.1%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이다. 나우코스 이사회는 "최근 1년간 상장폐지 목적으로 진행된 타사 공개매수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주주들에게 충분한 수익 실현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상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프리미엄은 20~40%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감안할 때 나우코스의 공개매수 조건은 시장 평균보다 상당히 후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상장폐지 추진 소식은 역설적으로 그간 멈춰있던 나우코스의 거래량에 불을 붙였다. 공개매수 계획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월 23일만 해도 나우코스의 하루 거래량은 고작 398주에 불과했다. 매출액이 600억원을 넘는 우량주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공개매수가 본격화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지난 26일 공개매수 신고 당일 2만7042주로 기지개를 켠 거래량은 이틀 뒤인 1월 28일 61만3609주까지 치솟으며 평소 대비 수천 배 이상 폭증했다. 11일 현재도 18만5830주 넘게 거래되면서 활발한 손바뀜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 역시 11일 종가 기준 공개매수가에 육박하는 8250원 선에서 형성되면서 그간 유동성 부족으로 묶여있던 소액주주들의 물량이 대거 소화되는 모습이다.
공개매수자인 아스테리온홀딩스는 오는 2월 19일까지 지분을 확보한 뒤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신속하게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개매수에서 지분 100%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추가적인 2차 공개매수는 진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지분 90% 이상을 확보할 경우 상법상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잔여 지분을 전량 강제 매수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상장폐지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이사회 결정이 상장폐지 절차 전반에 대한 동의라기보다 최대주주가 제시한 '가격의 적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입장이다. 나우코스 관계자는 "공개매수 신고가 나오기 전까지 최대주주와 사전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신고서 접수 후 외부평가기관 등을 통해 검토한 결과 8300원이라는 매수가격이 주주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해 찬성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최대주주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오는 3월 마지막 주 정기 주주총회 개최를 예상하고 있으며 공개매수 결과 보고 이후 관련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나우코스는 화장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제조자 개발 생산(ODM) 전문 기업이다. 실적 또한 탄탄하다. △2022년 423억원 △2023년 527억원 △2024년 620억원으로 매년 가파른 실적 성장을 기록해 왔다. 그럼에도 코넥스 특유의 거래 절벽에 막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자 결국 '자발적 상폐'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선제 진행되다 보니 다음 단계인 코넥스까지는 아직 정책적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우코스처럼 전문투자자가 대주주인 경우 코넥스 시장에 대한 기대치 미달에 따른 비상장 전환이나 경영 구조 재편을 더욱 신속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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