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500대 기업 일자리 감소, 숫자보다 구조를 봐야 한다

명절마다 화두가 되는 것이 일자리 문제다. 가족이나 친지가 하는 일은 잘 되는지, 다니는 회사는 걱정 없는지 서로 묻고는 한다. 그런데 연휴에 앞서 들려온 소식은 반갑지 않다.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일자리가 6천700개 넘게 줄었다. 전체 고용은 0.4% 감소에 그쳤지만, 절반이 넘는 기업에서 일자리가 줄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눈에 띄는 대비도 있다. CJ올리브영은 2천500명 넘게 고용을 늘렸고, SK하이닉스 역시 2천명 이상을 채용했다. K-뷰티 성장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라는 산업 특수가 고용을 견인했다. 쿠팡, LIG넥스원, 삼양식품 등도 증가 대열에 섰다. 소비·플랫폼·방산·식품 등 성장 분야는 사람을 뽑았다.

반면 전통 유통과 디스플레이, 일부 전자·자동차 업종에서는 감원이 두드러졌다. LG전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쇼핑 등이 1천명 이상 줄였다. 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의 그림자가 겹쳤다. 10대 그룹 가운데 고용을 늘린 곳은 SK·한화·한진뿐이었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대기업이 더 이상 고용의 ‘안전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통계는 단순한 경기 변동의 결과만은 아니다. 산업 구조 전환이 고용 지형을 바꾸고 있다. 반도체·방산·바이오·K콘텐츠·뷰티 등 고부가가치 분야는 일자리가 늘고, 전통 제조·오프라인 유통은 효율화와 자동화 압박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전환의 속도에 비해 노동시장의 준비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첫째,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와 규제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만드는 분야’를 키워야 한다. 반도체와 K-뷰티 사례는 산업 경쟁력이 곧 고용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둘째, 구조조정 산업에 대해서는 재교육과 전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감원은 숫자지만, 그 뒤에는 가계의 삶이 있다. 셋째, 대기업이 단기 수익성 중심의 인력 운용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중장기 고용 전략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동화와 효율화는 피할 수 없지만, 사람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연구개발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다. 단기 비용 절감이 장기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K-뷰티 특수에 CJ올리브영 고용 확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K-뷰티 수혜를 입은 CJ올리브영이 2천 명 이상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1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중 분할·합병 등이 있는 기업을 제외한 476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이 증가한 기업은 222개사466였고 이 가운데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CJ올리브영으로 2천518명211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은 K-뷰티 시장 성장에 따른 브랜드 수요 증가와 점포 확대로 매장과 인력을 크게 늘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 모습 2026211
K-뷰티 특수에 CJ올리브영 고용 확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K-뷰티 수혜를 입은 CJ올리브영이 2천 명 이상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11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중 분할·합병 등이 있는 기업을 제외한 476개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용이 증가한 기업은 222개사(46.6%)였고, 이 가운데 고용을 가장 많이 늘린 기업은 CJ올리브영으로 2천518명(21.1%)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은 K-뷰티 시장 성장에 따른 브랜드 수요 증가와 점포 확대로 매장과 인력을 크게 늘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 모습. 2026.2.11

0.4% 감소라는 숫자에 안도할 때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고용이 줄어드는 산업과 늘어나는 산업의 간극이 더 벌어진다면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 고용까지 흔들리면 소비와 내수 기반도 약해진다.

일자리는 통계가 아니라 삶이다. 정부와 기업은 구조 전환의 파고 속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성장 산업을 키우고, 전환을 돕고, 책임 있는 고용 전략을 마련할 때 비로소 숫자 이상의 안정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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