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승부처로 꼽히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을 계기로 수익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4와 범용 D램을 유연하게 생산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는 반면 SK하이닉스는 HBM4 등에 핵심 생산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4와 범용 D램의 생산능력(캐파) 재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른바 'D램 희생론'이 거론된 시장 예측과 달리 두 제품 간 최적의 생산 배분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믹스 생산 노선을 택한 배경에는 HBM에 견줄 만한 D램 가격 폭등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PC용 범용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91% 급등했다. 시장 수요가 가장 많은 서버용 DDR5 가격의 경우 99%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삼성전자의 16GB DDR5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69달러(약 10만원)에 판매됐지만 올해 1월 말 278달러(약 40만원)로 치솟으며 두 달 만에 300% 넘게 폭등했다.
D램 캐파 비중도 높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생산능력 중 약 70%는 범용 D램에 할당돼 있다. 개당 단가는 HBM이 D램보다 높게 책정돼 있지만, D램의 총 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전체 매출 기여도가 여전히 크다.
HBM4의 유일한 고객사가 아직 엔비디아뿐인 것도 고민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AI 칩 생산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들은 HBM4 대신 5세대 HBM(HBM3E)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HBM4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전까지는 D램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D램 호황을 최대한 누리면서 동시에 HBM4 생산 경쟁력을 확보해 메모리 전 제품의 고단가, 고수익을 이끌어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신규 투자 대부분을 HBM4에 투입하며 HBM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청주 M15X 팹을 HBM4 생산기지로 삼고 올 상반기 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1기 팹 역시 내년 5월 클린룸 준공을 목표로 HBM4를 위한 클린룸 3개를 동시에 구축 중이다. 최근 신설 계획을 발표한 청주 P&T7는 HBM을 위해 D램을 패키징하고 테스트하는 후공정 인프라다.
SK하이닉스는 HBM3E 분야에서 인정받은 기술 리더십으로 HBM4에서도 록인(잠금) 효과를 노린다. HBM3E 대규모 양산과 장기 공급 경험으로 확보한 제품 안정성과 납기 신뢰도를 토대로 고객사 이탈을 막겠다는 접근법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퍼스트 벤더(1순위 공급사) 지위를 수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용 HBM4 후속 모델도 일찌감치 공개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6'에서 기존 HBM4 12단보다 4단 더 높인 16단 48GB를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기존 HBM4 12단과 같은 11.7기가비트(Gbps)로 엔비디아가 요구한 10~11Gbps 수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사양 HBM4 생산을 위한 전문 인력 양성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인력 보강 및 재배치를 위한 '사내 커리어 성장 프로그램(CGP)' 공고를 통해 핵심 구성원들 모집에 나섰다. 차세대 HBM 설계, 품질 관리 등을 전담할 우수 인재들이 집중 배치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에는 이천캠퍼스 D램 파트장급 인력을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청주 M15X 팹(공장)의 HBM 생산 라인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SK하이닉스는 현장 손발이 될 실무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세 자릿수 규모의 생산직 정규직 채용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M15X 가동과 함께 HBM4 인력 발굴에 집중해 HBM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AI 가속기 연내 출시 일정에 맞춰 핵심 메모리를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SK하이닉스는 당분간 고객 중심의 메모리 생산 체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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