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관세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곧바로 글로벌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다 자동차·철강 등 품목별 관세도 유지되고 있어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상호관세는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관세 장벽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 글로벌 관세를 발효한 뒤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한국에 적용되던 기존 상호관세율 15%와 같은 수준이다. 사실상 부과 방식만 달라졌을 뿐 관세 부담 구조는 유지된 셈이다.
업종별 영향도 제한적이다. 자동차는 15%, 철강은 50%의 품목별 관세가 그대로 적용돼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다. 가전 역시 상호관세 철폐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15% 보편관세로 상당 부분 상쇄될 전망이다.
신용평가업계는 오히려 경쟁 심화 가능성을 경고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베트남 등 기존 고율 관세국과의 격차가 축소되면서 미국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자동차 부품·철강은 기존부터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구조적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증권가 역시 신중한 시각이다. 이번 판결은 관세 철회라기보다 부과 방식의 변경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 전문가들은 관세 전가력과 수익성을 갖춘 업종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도체는 아직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았고 한미 공동설명자료에서 ‘최혜국 대우(no less favorable)’가 명시된 만큼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는 평가다. 인공지능 인프라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가격 전가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반도체를 최선호 업종으로 제시하는 한편 조선·음식료·증권·화장품·헬스케어 등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업종도 대안으로 거론했다. 관세 장벽이 형태만 바꿔 지속되는 만큼 기초 체력이 검증된 기업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법원의 판결이 관세 불확실성을 소멸시키는 이벤트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며 “트럼프 관세에 학습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리스크는 단기 변동성만 유발하는 노이즈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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