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공식 예측을 비웃듯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5년 인구동태통계(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외국인 포함)는 70만 580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10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속도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23년 내놓은 장래추계인구에서 출생아 70만 명대 붕괴 시점을 2042년으로 잡았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7년이나 빨리 진행된 것이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 감소 폭은 약 90만 명으로, 가가와현 전체 인구가 일 년 만에 사라진 것과 같은 규모다.
이러한 인구 절벽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도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서로 간에 한 치 양보도 없던 경쟁업체 간 동맹도 일어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은 일본 경제의 혈맥인 물류업계다. 현재 일본 택배 시장은 야마토운수가 약 5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사가와큐빙(2위)과 우리나라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일본우편(3위)이 쫓고 있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인한 시장 축소와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 2·3위 기업은 시장 점유율 다툼보다는 물류 인프라를 공유해 서비스망을 유지하는 '전략적 연대'를 선택했다.
양사 협력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급증하는 고령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구독형 냉동 도시락' 서비스다. 이는 일본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쇼핑 난민' 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쇼핑 난민이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로 인해 인근 소매점이 문을 닫고, 수익성 악화로 버스나 철도 등 대중교통마저 끊기면서 일상적인 장보기가 불가능해진 시골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말한다. 일본우편은 전국 2만 4000개에 달하는 우체국 창구를 활용해 이러한 쇼핑 난민들에게 영업을 전개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갖추지 못한 신선 물류 배송은 사가와큐빙의 인프라를 활용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각자 물류망을 운영하기보다 하나의 망을 공유해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사가와도 일본우편 덕에 부담을 덜고 있다. 수령인이 부재중이라 배달하지 못한 사가와 측의 화물을 고객이 가까운 우체국 창구에서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전국 1000여 개 우체국으로 확대한 것.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현대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우체국을 공동 거점으로 활용함으로써 재배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양사가 이토록 절박한 이유는 일본 물류업계의 최대 화두인 '2024년 물류 문제' 때문이다. 이는 트럭 운전사의 연간 잔업 시간을 960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발생한 심각한 인력난에 따른 것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노동 시간까지 제한되면서 물류업계는 현행 시스템 하에서 2030년이면 물동량의 30%를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물류 대란'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에 일본우편은 사가와와 협력해 수령인 집의 우체통에 택배 물건을 넣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가와가 고객으로부터 소형 화물을 접수해 일본우편으로 넘기면, 일본우편 집배원이 전국의 촘촘한 배달망을 통해 각 가정의 우체통에 투함하는 방식이다.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라스트 마일(최종 배송 구간)'을 우체국 집배원들의 기존 경로에 통합해 효율을 높인 것이다.
결국 일본 물류사들의 행보는 인구 감소 시대의 기업 생존법이 '독점'이 아닌 '인프라 공유'에 있음을 시사한다. 줄어드는 노동력과 17년이나 앞당겨진 인구 재앙 속에서, 라이벌 회사의 트럭에 내 짐을 싣고 경쟁사의 매장(우체국) 창구를 공유하는 행위는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국가 시스템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이제 개별 생존이 아닌 '국가 인프라의 공동 관리'라는 전례 없는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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