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로 근무하다 보면 고객들에게 지금 어떤 자산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 질문을 반복해서 접할수록 ‘과연 이 고객은 본인의 자산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되묻게 된다.
자산 관리는 흔히 수익률 문제로만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소 다르다. 장기적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는 고객과 그렇지 못한 고객의 차이는 ‘특정 상품을 얼마나 잘 선택했느냐’보다 ‘본인 자산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느냐’에 있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목적과 기간, 감내 가능한 위험 수준을 명확히 인식한 경우일수록 결과 역시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자산’은 늘 존재한다. 어떤 시기에는 주식이, 또 다른 시기에는 채권이나 대체투자 혹은 현금성 자산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문제는 자산의 종류 자체가 아니라 자산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많은 투자 실패는 손실의 발생 그 자체보다 손실을 감내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루어졌을 때 비롯된다. 기대 수익은 비교적 명확히 설정하는 반면 손실 가능성은 막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B 상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부분은 투자 성향이 아니라 자금의 성격이다. 해당 자금이 언제 필요하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고객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투자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주식 투자라 하더라도 은퇴 이후의 생활비 성격 자금과 10년 이상 여유 있게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접근 방식이 같을 수 없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시간’이라는 요소다. 자산 관리는 단순히 무엇에 투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랜 시간 그 선택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일희일비하며 잦은 결정을 반복할수록 투자 판단은 감정에 좌우되기 쉽다. 반대로 자신의 목표와 자금의 성격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충분한 시간을 허용하면 복리와 분산 효과는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결국 시간은 투자자의 편이 될 수도, 가장 큰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PB의 역할은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이 빗나갔을 때에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자산 관리의 성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기보다 조용히 쌓인 선택의 결과로 드러난다. 그 과정을 함께 점검하고 조율하는 것이 상담의 본질이며, 장기적인 신뢰가 만들어지는 지점이다.
아울러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변동성을 대하는 자세다. 변동성은 위험 그 자체라기보다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받아들여야 할 조건에 가깝다.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변동성은 피할 수 없는 전제가 된다.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시도는 과도한 방어적 판단이나 무리한 추격 매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변동성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이 처음에 설계한 자산 배분의 범위 내에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해 왔다. 정보는 넘쳐나고 클릭 몇 번만으로 매매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자산 관리의 본질은 여전히 느린 과정에 가깝다. 자산은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지키고 관리해 나가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PB의 역할 또한 단기적인 시장 전망을 맞히는 것보다 고객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시장의 변동 속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산 관리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의 문제이다. ‘얼마를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자산을 왜 보유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인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의 소음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선택은 한층 단순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단순함이야말로 장기적인 자산 관리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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