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필리핀 국빈 방문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순금 도금 거북선 모형을 선물했다. 외교적 의례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거북선은 단순한 역사 유물이 아니라 한국 조선 기술과 해양 방위의 상징이다. 그 거북선이 필리핀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은 양국 방산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국과 필리핀은 1949년 수교 이후 긴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특히 필리핀은 6·25전쟁 참전국으로 한국과 특별한 역사적 인연을 가진 나라다. 최근 양국 관계는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방산, 원전,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분야가 방산 협력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는 현실적인 안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해군력과 방공 능력 강화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국은 조선과 방산 기술을 기반으로 필리핀 군 현대화 사업의 중요한 파트너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 방산 기업들은 필리핀 해군에 호위함과 초계함을 공급해 왔다. 한국에서 건조된 군함이 필리핀 해역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은 잠수함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어 협력 범위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거북선 선물은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거북선은 임진왜란 당시 바다를 지킨 혁신적 전투함이었다. 철갑 구조와 화포를 결합한 기술의 산물이자 전략적 무기였다.
오늘날 방산 협력 역시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기술과 전략이 결합된 동반 협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방산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다르다. 무기를 수출한다는 것은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국가 간 신뢰 관계를 전제로 한다. 군 장비는 수십 년 동안 운용되며 유지·보수와 기술 협력이 이어진다. 따라서 방산 협력은 곧 전략적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한국 방산이 최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평가가 함께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납기와 안정적인 유지·보수 체계는 한국 방산의 강점으로 꼽힌다.
방산 협력은 안보 안정에 기여해야지 긴장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강조해 온 책임 있는 방산 수출 원칙도 이 점에서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방산 협력이 산업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군함과 장비를 단순히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공동 생산과 기술 협력, 인력 양성까지 확대될 때 양국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건조한 선박이 세계를 누비게 하자”고 언급한 것도 이런 협력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방산 산업은 국가 경제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첨단 기술과 제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 전자, 인공지능, 소재 산업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다. 방산 수출이
늘어나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도 함께 강화된다.
그러나 방산 산업의 성장은 속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기술력과 책임성, 국제 규범 준수라는 세 가지 원칙이 함께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한국 방산이 장기적으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필리핀 방문에서 전달된 거북선은 과거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500여 년 전 거북선이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면 오늘의 조선 기술은 세계 해양 안보 협력의 새로운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 방산은 이제 단순한 수출 산업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의 방향이다.
거북선이 상징하는 것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기술과 전략, 그리고 신뢰의 결합이다.
한·필리핀 방산 협력 역시 그 원칙 위에서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거북선이 담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오늘의 협력 속에서도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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