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중동 긴장 속 주한미군 차출 논란…안보는 정쟁이 아니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는 가운데 주한미군 전력 차출 가능성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부 주한미군 장비와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여야가 ‘안보 불안’ 책임을 두고 맞붙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반도 방위 공백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근거 없는 안보 불안 조성이라며 맞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현재의 안보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글로벌 군사 전략을 재편하면서 동맹 지역의 전력을 다른 전장으로 이동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군 전력의 재배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어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라는 요구 자체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이 안보 위기를 과장하며 불안을 키우는 것도 책임 있는 태도는 아니다. 주한미군 전력 운용은 기본적으로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단순히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전력을 빼가는 구조가 아니다. 한미 연합 방위 체계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최우선 고려해 운용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냉정하게 보면 이번 논란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간 전략적 소통이 충분한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만약 일부 전력이 이동하더라도 한국군이 이를 보완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즉 ‘차출 여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 능력’이다. 전력 일부가 이동하더라도 연합 방위 태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이미 한미 군사 전략에서 지속적으로 점검되는 사안이다.

한국의 안보는 단순히 주한미군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군의 자체 전력, 미군의 전략자산 운용, 한미 연합 작전 체계, 그리고 동맹 차원의 확장억제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구조를 고려하면 단편적인 장비 이동이나 전력 재배치를 곧바로 ‘안보 공백’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역시 설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제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정부의 정보 공유와 전략 설명이 중요하다. 한미 간 협의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중동 상황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만약의 상황에 어떤 군사적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차분히 설명해야 한다.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침묵이 아니라 투명한 설명이다.

안보는 공포를 이용하는 정치의 소재가 아니라 국가의 기본 책무다. 불안을 키우는 말보다 대비를 강화하는 정책이 먼저다. 지금 정치권이 보여야 할 모습은 서로를 향한 공방이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책임 있는 안보 태도다.

 
대기 중인 미군 대형 수송기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C-5와 C-17 등 대형 미군 수송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636
대기 중인 미군 대형 수송기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C-5와 C-17 등 대형 미군 수송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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