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정상회담 앞둔 트럼프·시진핑 …핵심 쟁점은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현재 중동에서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월 말 중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은 APEC 정상회담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세계 강대국 정상 간 회담은 언제나 화젯거리다. 지난번 정상회담에서 미·중 양국은 무역전쟁을 잠정 휴전키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각자 내부 사정에 따라 무역전쟁을 재개하길 원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이후 통상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상호관세 보복이라는 칼을 휘둘러 상대국을 제압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미국 대법원에서 지난 2월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최종 판결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통상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은 뒤숭숭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관세보복 칼을 플랜 B로 꺼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여전히 높이고 있다. 한편 미국·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어 국제유가 인상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과 함께 중동 전쟁이 올해 초반부터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통상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고 힘겨루기하고 있다. 마치 씨름 선수들의 샅바싸움을 보는 듯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시진핑 주석이 초청한 회담으로 2박 3일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잠시 만났던 APEC 회담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다.
 
미중정상회담에서는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 세계패권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은 통상문제뿐만 아니라 대만, 국제정세 등 폭넓은 이슈에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할 것이다. 국빈 초청이기에 시진핑 주석의 각별한 배려가 예상된다. 그러나 핵심 쟁점 사안에 관해서는 양국 정상이 순순히 합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양국 간 무역전쟁 휴전을 얼마나 더 연장할 것인지이다.
 
트럼프는 1기 정부 시절 시진핑 주석과 무역전쟁을 벌인 경험이 있다. 미·중은 2018년부터 2년간 치킨게임을 벌인 끝에 2020년 1월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하였다. 시진핑 주석이 2,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을 구매한다는 조건으로 무역전쟁이 끝났다.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중국 무역적자’ 압박 카드가 먹혀들었다. 중국이 양보한 모양새다. 이번엔 어떨지 궁금하다.
 
북경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경제, 안보 현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경제문제에 있어 트럼프는 시진핑에 미국산 석유·가스, 대두, 항공기 구매를 요구할 것이다. 대중국 무역적자 폭을 메꾸기 위해 미국산 상품을 더 구매해 달라는 요지이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중국 희토류의 대미 공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것도 포함할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APEC 정상회담에서 대미 희토류 수출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미국은 다시 한번 중국 입장을 확인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난 2월 50여 개국이 참여하는 ‘포지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중국은 인공지능과 첨단반도체 수출통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 제조 2025’에서 성과를 얻었으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첨단산업에서 강국이 되기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등에서 미국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4.5∼5%로 설정했다. 중국은 경쟁력이 뛰어난 통신장비, 전기차 등의 대미 수출을 규제하지 말라고 요청할 것이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남중국해, 대만해협, 이란전쟁 이슈 등을 논의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그간 대만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트럼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대만이 중국의 영토”라는 점을 인정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중국은 “지난 12월 미국이 대만에 약 16조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과 달리,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시진핑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억제전략은 명확하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며, 중국의 대만침공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방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분명한 의지를 보인다.
 
2027년 제21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이 사실상 결정된다. 미국과 대만은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는 라이칭더 대만 정부와 미국 간 밀착에 불쾌감을 보인다. 대만 문제를 놓고 미국·중국 간 충돌할 소지는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조율할지 두고 볼 대목이다. 대만에 관한 시진핑 주석의 태도는 확고하다. 미국도 지경학, 지정학적 차원에서 대만을 포기할 수는 없다.
 
중국 인권 문제는 미중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단골 공격 메뉴였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중국의 인권 취약성을 콕 집어서 지적하였고, 중국도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스타일상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를 요청했으며, 자신은 ‘페이스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미북관계 개선을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며, 이번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길 바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며,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화답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 도움이 될 손익계산서 작성에 분주하다. 미국 시민의 표심을 사로잡을 만한 국제적 현안에 몰두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하였음에도 불구, 북한 비핵화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에도 북한 김정은을 만날 경우,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으나, 북한 비핵화 합의는 어려울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북·중·러 3각 동맹을 구축해 놓고 있다. 미국과 대결하기 위해 이 프레임을 유지하길 원할 것이다. 지난 1월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북한 핵을 인정하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과 전쟁 중이다. 이란은 새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하였다. 그는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이며, 초강경파이다. 향후 이란의 거센 대미항전이 예상된다. 이미 이란은 주변 중동국가의 미군기지와 상업·원유시설 등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전이 될 조짐을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이라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항의하였다. 향후 미중정상회담에서도 중국 공세가 예상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온통 중동지역에 쏠려 있다. 북한 문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은 국제정치와 국제경제에 큰 파장을 미친다. 우리 정부는 미중정상회담 추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한국 안보와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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